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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쇠고기」싸움 치열|미-EC 무역전쟁 왜 시작됐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며칠 남지 않은 내년 새해벽두부터 자유세계의 최대무역파트너인 미국과 유럽공동체(EC)가 쇠고기 수입문제를 놓고 무역전쟁을 개시할 예정에 있어 그렇잖아도 날로 심화되는 보호무역으로 나라간·경제블록간 무역전쟁을 우려해 온 자유무역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은 27일 EC가 성장호르몬으로 사육된 미 쇠고기를 내년 1월1일부터 수입 금지키로 한데 대한 보복으로 수출이 줄어든 만큼(1억 달러) EC 농산물에 1백%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EC는 미국의 발표 하루만에 미국에 같은 조치로 보복을 선언했고 이에 미국은 29일 연4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EC육류의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EC의 상호무역액은 80년 기준 1천6백60억 달러로 호르몬 성장제로 사육된 미국 견 쇠고기의 EC수출액은 1억 달러밖에 안 된다. 전체 교역 액의 0.01%도 안 되는 호르몬 쇠고기문제로 양쪽이 한발 짝도 물러서지 않고 세계무역질서를 흔들 수도 있는 명분싸움을 벌이는 배경에는 과학과 국민자존심·국가이익이 얽혀있다.
이 무역분쟁의 불씨는 80년 이탈리아에서 한 유아가 호르몬으로 사육된 송아지고기가 포함된 유아식품을 먹고 젖가슴이 나오고 있다는 보고서였다.
유럽 소비자단체들이 식품에 약물을 사용치 못하도록 하는 운동을 펴며 유럽에서 성장호르몬 사용문제가 쟁점화 되었다. 마침내 유럽의회는 85년12월 치료목적 이외 가축사육에 성장호르몬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는 12개 EC회원국 모두에 적용되면서 수입된 고기에도 88년1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사육 소의 50%에 성장 호르몬이 사용되는 미국은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EC는 미국의 국내조치를 기다리며 이의 시행을 1년간 연장했다.
EC각료회의는 미국의 반응이 없자 올11월 성장호르몬으로 사육된 미국 견 쇠고기를 내년1월1일부터 자동적으로 수입 금지키로 재 결의했다.
이에 미국이 1억 달러의 관세보복조치를 들고 나왔고 EC가 다시 맞대꾸하고 나온 것이다.
EC는 수입금지 이유로 성장호르몬이 인체에 유해해 시민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은 보건을 가장 중시한다고 자부하는 미국도 성장호르몬으로 사육된 쇠고기를 먹고 있고, 이것이 유해하다는 아무런 과학적 증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EC의 조치는 불공정무역관행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미국농민들이 사용하는 성장호르몬은 동물에서 추출된 가연 호르몬인 테스데르데론 등 5가지로 EC도 회원으로 있는 1백업개국 보건식품전문가모임인 코덱스 알민파리우스 위원회도 지난11월 이들 호르몬이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되자 EC는 성장호르몬이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유익하다는 증거도 없고 EC농민들이 이를 사용하지 못한 반면 미국농민들은 사용해 소를 빨리 키워 수출하는 것은 불공정무역이라고 역공하고 있다.
이변 무역전쟁은 양쪽이 역사적으로 갖고 있는 우호적 유대 때문에 곧 해결될 것이란 낙관론이 없지 않으나 다른 분야로까지 확산될 것이란 비관론이 높다.
우선 EC는 여론을 배경으로 농산물 보조금 중단 등 사사건건 국내통치차원의 문제까지 무역에 연결시켜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반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있다.
또한 이번에 물러서면 앞으로 EC통합정책에 대한 미국의 트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이번 호르몬 쇠고기문제를 중요한 전례로 보고 있다. 즉 EC 12개 회원국이 92년에 한 시장으로 통합하면서 공동생산기준을 채택함에 따라 야기될 일련의 무역분규의 첫 케이스로 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무역전갱이 2주일 전 몬트리올 무역장관회의가 미-EC간 농산물보조금문제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중요한 시점에서 시작된 것은 의미가 크다.
두 무역대국이 본격적인 농산물 전쟁을 벌일 때 이들로부터 이미 시장개방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 등은 이들의 남아도는 농산물을 수입하라는 압력을 더 거세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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