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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는 동물원, 죽어서는 박제…사살된 퓨마 ‘교육용 박제’ 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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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 당한 퓨마 '호롱이'의 생전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살 당한 퓨마 '호롱이'의 생전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대전오월드 사육장을 탈출했다 사살된 퓨마를 교육용 표본(박제)으로 쓰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 다양성 보전 의미를 되새긴다는 측면이지만, 사후(死後)도 전시용으로 쓰인다는 의미에서 적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대전도시공사에 따르면 퓨마는 국제멸종위기종 2등급으로, 사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동물 사체 처리 규정에 따라 관할 환경청에 신고한 뒤 동물 사체처리 전문업체에 맡겨 처리한다.

동물 사체는 일반적으로 소각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살된 대전오월드 퓨마의 경우에는 다른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이 생물 다양성 보전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에서 퓨마 사체 기증을 요청했다. 퓨마를 학생 교육용 박제로 만들어 전시하겠다는 의미다.

대전도시공사는이같은 요청에 퓨마 사체 기증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상업용이 아닌 교육용인 만큼 사체를 기증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연합뉴스에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벌써부터 논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적 측면이 강하더라도, 동물원 측 실수로 사살된 퓨마를 박제해 또다시 전시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원 야생동물에 대한 생명윤리 논쟁까지 불붙고 있어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동물권단체 케어 측은 이날 SNS에 “야생동물을 가두어 놓고 인간의 볼거리용으로 고통을 주는 전시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제가 있어야 할 야생이 무엇인지 모른 채 영문도 모르고 죽어갔을 퓨마에 사과한다”며 ‘#동물원가지않기’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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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8일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열린 사육장 틈으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롱이’라는 이름의 퓨마는 지난 2010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지난 2013년 2월 대전동물원으로 이송됐다.

퓨마는 최초 탈출 신고 후 1시간 30분만에 동물원 배수지 인근에서 웅크린 채 발견됐지만 사육사가 발사한 마취총을 맞고도 그대로 달아났다.

이후 특공대의 재수색 속에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 끝에 신고 4시간 30분만인 이날 오후 9시 44분 전문 엽사에 의해 사살됐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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