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전기 믿을 만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홍범도 장군의 일생을 놓고 중국 연변의 교포시인 김파씨와 국내 소설가 송우혜씨 사이에 논란이 오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김파씨 등이 쓴 『실록 홍범도』(『사회와 사상』지 11, 12월호 게재)의 내용을 두고 송우혜씨가 『역사비평』 겨울호에 기고한 「최근의 홍범도 연구 오류·허점 많다」라는 글을 통해 『「실록…」은 홍장군의 전기로서 가치를 갖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비롯됐다(22일자 본지 참조).
현재 방한중인 김파씨는 송씨의 글에 대해 『연변에 현재 또는 최근까지 생존해 있는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저술한 글에 대해 단편적인 몇 가지 사실만을 들어 송두리째 부정해 버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그러나 『송씨의 문제 제기는 어찌 보면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연변 교포 사회의 실정은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독립운동가의 후예라는 것이 알려지면 탄압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중국 당국에서 만주독립운동의 현장 발굴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자신들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80여명의 증인들 입을 열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씨는 또 『나를 비롯한 「실록…」의 저자들로서는 전문적 역사학자가 아니라 증언내용의 신빙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다수의 신뢰감 있는 증인들이 공통되게 증언하고 있는 내용을 면밀한 검토 과정 없이 성급하게 부정한다면 중요한 역사 자료가 멸실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증인들은 대부분이 소박한 농민이고 자신의 체험을 너무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
김씨는 『자신들은 5년 동안의 증언 채취 노력이 아무런 검토과정 없이 사장돼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에서 「실록…」을 공개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밝히고 『현재 독립운동사를 비롯한 우리 역사의 많은 부분이 남한과 북한의 사학자, 중국과 소련의 교포사 학자들 사이에 일치되게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데올로기나 역사환경에 의해 많은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앞으로 이들 각 지역의 사학자들이 자국의 모든 사료와 연구성과를 내놓고, 또 각 지역을 상호방문, 현장답사 등을 통해 엄밀한 역사검증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