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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김정은 ‘평해튼’ 카퍼레이드 … 10만 환영 인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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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양 시민들이 18일 문재인 대통령 차량 행렬이 순안공항에서 백화원초대소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길가에 서서 꽃을 흔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시민들이 18일 문재인 대통령 차량 행렬이 순안공항에서 백화원초대소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길가에 서서 꽃을 흔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공식 환영행사를 마치고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오픈카에 동승해 깜짝 카퍼레이드를 선보였다.

문 대통령, 전용차 타고 공항 출발 #시내 입구서 김정은 차로 옮겨 타 #“김정은, 여명거리 만들었다 과시 #미국에 종전선언 압박일 수도”

당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전 10시20분쯤 각자 차량에 탑승해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양 정상은 평양 도심이 시작되는 버드나무 거리의 고급 음식점인 연못관에 차를 세우고 오픈카에 함께 올라탔다.

오픈카에 탑승하기 전 문 대통령은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으로부터 먼저 환영의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두 정상은 한동안 걸어가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오토바이 20여 대의 호위를 받으며 오픈카에 탑승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탄 오픈카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를 롱바디 리무진으로 개조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가드였다.

도로 양옆에 늘어선 평양시민들은 꽃술과 인공기, 한반도기를 들고 “조국 통일”을 연호하며 오픈카 행렬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이 오픈카 뒷좌석 오른편, 김 위원장이 왼편에 서서 도열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성들은 대부분 한복 차림이었고 남성들은 양복 또는 인민복 차림이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인근 도로는 물론 건물 내부에서 꽃술을 흔드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크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청와대는 이날 환영 행렬에 나온 시민들이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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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거리를 출발한 차량은 평양 시내 용흥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여명거리로 들어섰다. 용흥사거리부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이르는 여명거리는 평양 주재 외교관들 사이에서 ‘평해튼’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미국의 맨해튼을 빗댄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새롭게 조성된 여명거리와 미래과학자 거리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명거리를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해 보여준 것은 다목적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홍 위원은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여명거리를 건설해 냈다는 과시와 함께, 결국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경제발전이라는 평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종전선언을 빨리 하자는 압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명거리를 벗어나 환영 인파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두 정상은 자연스레 오픈카 뒷자석에 착석했다. 양 정상은 차 안에서 담소를 나누며 오전 11시17분 문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했다. 오픈카 동승 이벤트는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40분 넘게 진행된 도보다리 밀담의 후속편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오픈카 운전은 북측 호위 당국이 맡았고, 조수석에는 주영훈 청와대 경호처장이 앉았다”며 “김 위원장 경호와 직결된 문제인데도 북측 호위 당국의 배려로 우리 측 경호 책임자가 선탑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외국 정상들이 방북했을 때 북한 지도자와 동승 카퍼레이드를 벌인 건 김일성 집권 시절에는 자주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 집권 시기에 카퍼레이드가 행해진 것은 2001년 9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방북 때가 유일했다.

2000년 방북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픈카는 아니지만 북한이 제공한 캐딜락 리무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승해 55분간 단독 밀담을 나눌 수 있었다. 당초 북한은 오픈카를 이용한 카퍼레이드를 제안했으나 경호상 이유로 한국이 반대해 성사되지는 못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오픈카에 올라 카퍼레이드를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위문희·윤성민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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