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00% 이자 받고, 맛집 매출 줄이고 … 203명 세무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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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등록 대부업자 A 씨는 신용불량자 등에게 연 400~2000%에 이르는 고금리를 적용해 돈을 빌려줬다. A 씨는 채무자들에게 폭언·협박 등 불법 추심을 하며 대금을 회수하고 이 과정에서 장부를 파기하며 이자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A 씨의 이런 탈세 행위를 적발해 세무조사를 벌였고, 30억원가량의 소득세를 추징했다. 또 A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 민생침해 사업자 타깃 #고의적 세금 포탈 땐 검찰 고발

국세청은 A 씨처럼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고소득 사업자 203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고 17일 밝혔다. 서민을 상대로 영업하는 민생 침해 관련 사업자가 주 조사 대상이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가맹점주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 개설 비용을 차명계좌로 받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사업자, 임대료 인상분에 대해 세금 계산서를 실제 인상금액보다 축소해 발행하며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부동산임대업자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친인척 명의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현금수입 신고를 누락하고, 식재료 유통업체를 설립해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덜 낸 기업형 음식업자도 국세청의 타깃이 됐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인천 지역의 한 유명 ‘맛집’ 운영자의 경우 현금 결제에 따른 과세를 피하기 위해 전산기록(POS데이터)을 주기적으로 삭제했다. 또 매출기록에서 누락된 현금은 친인척 명의의 계좌에 넣어 직접 관리했다. 그러나 결국 국세청에 적발돼 10억원 규모의 소득세를 추징당하고, 현금 매출 기록을 고의 삭제했다는 이유로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직원 명의의 위장가맹점 개설, 이중장부 작성 등의 방식으로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누락했다가 적발돼 500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징당했고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수강료를 가족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아 챙기고, 강사로 근무하지 않은 아내에게 강의료 명목으로 돈을 주며 법인 자금을 빼돌린 학원 사업자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10억원 규모의 법인세를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가족 등 관련 인물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도 병행할 것”이라며“차명계좌 사용, 이중장부 작성 및 증빙서류 파기와 같은 고의적인 세금 포탈 정황이 발견될 경우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범칙조사는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검찰 고발 등 처벌을 목적으로 실시한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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