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골프계를 뜨겁게 달군 ‘낚시꾼 스윙’의 주인공 최호성(45)이 2개월 반 만에 국내 필드에 섰다. 간간이 선보인 특유의 ‘낚시꾼 스윙’에 울고 웃었다.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 공동 2위 #4언더파 … 선두 박상현과 2타 차 #장타 필요할 때마다 특유의 스윙 #“목표는 시즌 최종전인 JT컵 출전”
13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34회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에서 최호성은 4언더파로, 엄재웅(28), 가간짓 불라(30·인도) 등과 공동 2위를 달렸다. 최호성과 동반 라운드를 한 박상현(35·6언더파)이 두 타 차 단독선두에 올랐다.
지난 6월 말 KPGA 선수권 이후 줄곧 일본 대회에 나섰던 최호성은 이번에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대회 대신 신한동해오픈을 선택한 그는 “내 인생에 ‘초청’이란 단어가 붙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제의가 왔을 때 바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지난 6월 제61회 한국오픈에서 특이한 스윙 폼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스윙 후 멈추지 않고 허리를 90도 가까이 뒤로 꺾거나 한 바퀴 도는 기묘한 피니시 동작을 선보였다. 미국 골프 매체가 앞다퉈 이를 다뤘다. 아시안투어는 그를 ‘피셔맨(fisherman·낚시꾼)’으로 불렀고, 골프 채널은 “세계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스윙”이라고 소개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퍼져나가자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3승인 저스틴 토마스(미국)까지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며 관심을 가졌다. 일부 팬들은 “최호성을 디오픈에 출전시켜 달라”고 온라인 청원까지 했다.
최호성은 “비거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 나름대로 힘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동작”이라며 “연습 땐 그 스윙이 잘 안 나온다. 느낌대로 움직여야 원하는 구질이 만들어지겠다고 생각해 이 샷을 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시선으로 봐주니까 ‘낚시샷’이라는 이름도 만들어졌고, 일본에서도 경기 때마다 많은 팬이 찾아와 지켜봐 준다”며 “모든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회 첫날, 최호성은 낚시꾼 스윙 때문에 울고 웃었다. 그는 파 5홀에서 낚시꾼 스윙으로 티샷했다. 그는 “이 스윙으로 치면 15~20야드 더 나간다. 장타가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5인 6번 홀(570야드)에서 낚시꾼 스윙으로 드라이브샷을 290야드 보냈다. 이어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이 홀에 굴러 들어가면서 이글을 기록했다. 그는 느리게 어퍼컷을 하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파4인 8번 홀에선 공이 벙커에 빠지자 최호성은 낚시꾼 스윙으로 온 그린을 시도했다. 하지만 턱에 가로막혀 공은 벙커로 다시 굴러 내려갔다. 그는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뒤 “운이 나빴다. 커트하듯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최호성은 이글과 더블보기를 들쭉날쭉 오가면서도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더해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솔직히 부담이 컸다. 그래도 나름 내 스타일 대로 끝까지 해냈다”며 “너무 공격적으로 치면 안 되겠단 생각에 좀 더 조심스럽게 했다. 결과는 만족한다. 감이 좋다”는 말로 남은 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독특한 스윙 하나로 세계 골프계를 들썩였던 최호성에겐 올 시즌 큰 목표가 하나 남아있다. JGTO 시즌 최종전인 JT컵 출전이다. 올 시즌 일본투어 상금 랭킹 30위 이내 선수만 나갈 수 있다. 그는 13일 현재 33위다. 그는 “조금만 더 랭킹을 끌어올리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며 “JT컵은 한 해 성공한 선수가 모두 나서는 대회다. 그런 만큼 출전이 목표고, (성적에 대한) 욕심도 크다”고 말했다.
인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