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 무력화 노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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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장성급 회담에서 주장한 새로운 '서해 해상경계선'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의 서해 해상경계선은 북한 입장에선 여러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묘책으로 분석된다. 이 경계선은 서해 5도 북쪽 해상에선 NLL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의 섬이 없는 해상에선 북한 해안가로부터 12해리(22㎞) 남쪽까지 영해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 경계선에는 NLL 남쪽 10㎞의 우리 해역까지 포함된다.

북한의 해상경계선을 적용하면 우리의 군사적 부담은 커진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북한의 주장은 NLL을 폐지하고 국제법에 맞춰 서해 해상경계선을 긋자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섬이나 육지로부터 12해리 이내는 영해이지만 그 바깥 해상은 공해가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 해군 예비역 장성은 "남북한이 서해에 국제법을 적용하면 북한 함정이나 상선이 공해를 통해 덕적도 부근까지 통항할 수 있게 된다"면서 "엄청난 군사적 위협"이라고 했다. 유사시 북한이 수송선이나 상선에 특수부대를 싣고 서해상으로 들어와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서해는 북쪽으로는 NLL을, 서쪽으로는 우리 섬 바깥 먼바다까지 우리 군의 작전인가구역(AAO)으로 설정, 그 안쪽으로 북한 함정과 상선 등 선박이 아예 들어오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고 있다.

북한의 새로운 서해 해상경계선이 적용되면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의 꽃게어장이 북한에 편입되며 우리 어민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한편 이날 남북 장성급 회담은 양측의 입장 차이로 2시간25분 만에 종료됐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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