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남북간과 남북 간, 당신의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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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만난다. 이번엔 평양에서다. 올 들어 세 번째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띄어쓰기가 있다. ‘남북’ 뒤에 놓이는 ‘간(間)’에 대해서다. ‘남북 간’으로 띄어쓰기하는 언론 매체가 많은데 ‘남북간’으로 붙여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2박 3일간의 일정” “형제간 다툼” 등의 용례에서도 다 붙이기 때문이라는 근거도 든다. 반대로 ‘남북 간’처럼 ‘2박 3일 간’ ‘형제 간’ 역시 띄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혼란은 왜 생긴 걸까? ‘간’의 두 가지 얼굴 때문이다. ‘간’이 접사일 때는 붙이고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박 3일간’은 붙여야 바르다. 이때의 ‘간’은 기간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동안’의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다. ‘사흘간’ ‘며칠간’ ‘한 달간’ ‘수년간’ 등처럼 붙인다. ‘대장간’ ‘외양간’ ‘마구간’ 등과 같이 ‘장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일 때도 붙여야 한다.

‘남북 간’은 띄어야 바르다. ‘간’이 사이, 관계의 의미를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로 쓰인 경우이므로 앞말과 띄어야 한다. “서울과 신의주 간 철도”에서의 ‘간’도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까지의 사이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로 사용된 경우다. “부모와 자식 간” “형과 아우 간”에서의 ‘간’ 역시 ‘관계’의 뜻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야 한다. “찬성하든지 반대하든지 간에”처럼 앞에 나열된 말 가운데 어느 경우든 관계없다는 뜻을 나타내는 ‘간’도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문제는 ‘형제간’이다. 형과 아우 사이를 나타내는데도 붙인다. 쓰임이 많아 이미 하나의 낱말로 굳어진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이웃 간’ ‘남녀 간’은 한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야 하나 ‘부부간’ ‘고부간’ ‘모자간’ 등은 하나의 단어로 사전에 올랐으므로 붙여야 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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