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 50명, 메이 총리 ‘낙마 쿠데타’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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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영국 집권 보수당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강경파 의원 50명가량이 정부의 협상안에 반발해 테리사 메이 총리를 낙마시키기 위한 ‘쿠데타' 논의를 했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사퇴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메이 총리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등 보수당 내분이 격화하면서 “영국 현대정치에서 가장 역겨운 순간"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대…'가을 낙마' 추진 #보수당 48명 이상 불신임 요구시 전대 개최 #존슨 전 외무 "자살폭탄 기폭장치 EU에 준 꼴" #메이 측근 "英 현대정치서 가장 역겨운 순간" #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13일 밤(현지시간) 의사당에 모여 메이 총리를 언제 어떻게 끌어내릴 수 있을지 논의했다. BBC에 따르면 브렉시트 강경파가 속한 유럽리서치그룹(ERG) 소속 50명 정도가 향후 총리 선출 규칙을 어떻게 유리하게 만들지를 궁리했다.

 한 의원은 “모임에선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메이 총리가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라거나 ‘메이는 재앙이고,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메이 총리가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하거나, 협상에 실패하는 상황 등에 따라 가을에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를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을 비난 중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AP=연합뉴스]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을 비난 중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AP=연합뉴스]

 ERG는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파인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다. 존슨 전 외무장관 등이 이 모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은 이미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보수당이 확보한 하원 의석의 15%인 48명 이상이 당 1922 위원회에 불신임 투표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면 총리 낙마를 결정하는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다.

 BBC는 “강경파들은 자신들이 총리직을 차지할 후보가 있다고 판단될 때까지는 전당대회를 여는 단계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며 “ERG 중진들이 당장은 총리 낙마 주장을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일랜드와 국경 지대에 있는 북아일랜드 마을에 '우리는 EU 잔류를 찬성했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EPA=연합뉴스]

아일랜드와 국경 지대에 있는 북아일랜드 마을에 '우리는 EU 잔류를 찬성했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EPA=연합뉴스]

 강경파 의원들은 메이 총리가 마련한 협상안인 ‘체커스 계획'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노선이라며 반대한다. 존슨 전 외무장관을 비롯해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브렉시트부 차관이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주장하며 사임했다.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 강경파는 EU에 속한 아일랜드와 영국 일부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에서 큰 견해차를보인다. 브렉시트 이후 세관과 여권 검사 등이 필요하지만 이럴 경우 과거 갈등 상황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은 아일랜드만 독립시켰다. 그러자 북아일랜드에선 독립파 구교세력과 잔류파 신교세력의 투쟁이 극심했다. 이를 막으려고 5년간 협상을 벌여 1998년 평화 협정을 타결했었다.

총알 자국이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 국경 표지판 [EPA=연합뉴스]

총알 자국이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 국경 표지판 [EPA=연합뉴스]

 메이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 왕래를 보장하려면 영국이 EU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경파는 향후 EU 외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데 지장을 받게 된다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대한 자체 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수당 내 갈등은 커지고 있다. 베이커 전 브렉시트부 차관은 최대 80명의 보수당 의원이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존슨 전 장관은 일간지 기고에서 “헌법에 자살폭탄 조끼를 입혀놓고 기폭장치를 EU에 넘겨준 것과 같다"며 메이 총리를 겨냥했다. 그러자 앨런 덩컨 외무부 부장관은 “영국 현대정치에서 가장 역겨운 순간 중 하나"라며 “보리스 존슨의 정치인생은 끝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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