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 중독 가장 손찌검이 잦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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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알콜 중독자의 76%가 술을 마신 뒤 아내를 때리고 40%의 아내들은 이에 대항해 싸운다는 등 술로 인한 가정파괴가 일반가정에 비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사회사업가 윤명숙씨(26·미8군 통합병원 알콜·마약병동 가족치료담당) 가 지난 10월 국립정신병원 등 3개 병원에 알콜 중독으로 입원치료 중인 환자부부 42쌍을 대상으로 조사, 국제단주동맹대회(16∼18일·서울내자호텔) 에 발표한 「알콜 중독자의 아내학대에 관한 연구」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남편측이 음주 후 「아내만 때렸다」고 응답한 사람이 45%, 「아내와 자녀구타」가 31%, 「자녀만 때렸다」가 2%로 전체응답자의 약 80%가 음주 후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의 구타비율(21%)의 4배나 되는 것.
또 아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93%가 최근 1년 이내에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알콜 중독자 가정의 아내학대 정도가 일반가정에 비해 2배나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편의 폭력형태는 「물건을 던진다」「떠밀거나 움켜잡는다」「손으로 뺨 등을 때린다」「차거나 물거나 주먹질을 한다」「몽둥이·혁대 등을 사용해 때린다」등의 순 이었다. 특히 칼·망치 등의 흉기로 위협 당한 경우가 48%, 이들 흉기를 실제로 사용한 경우도 26%나 되었다. 또 남편의 학대행위의 빈도와 그 강도는 음주량이 많을수록 더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남편의 학대에 대해 41%의 아내들은 맞서서 싸운다고 대답했으며 이밖에 「대항 없이 방어만 하거나 도망」(33%) 또는「자녀에게 화풀이」(26%) 한다는 것.
조사대상 알콜 중독자들의 52%는 가족 내에 알콜 중독자가 있다고 대답했으며 아내쪽도 31%가 음주가계에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음주벽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콜 중독 가족력이 있는 여성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술을 좋아하는 남편을 선택하는 성향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남편의 음주를 통해 자신의 신경증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씨는 이처럼 우리 나라에서 알콜 중독자와 그 가정의 황폐화가 심한데도 알콜 중독 전문치료기관이 모자라고 약물치료나 병원에서의 격리치료 외 가족치료나 사후치료서비스가 수립돼있지 않아 성공적인 사회복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또 알콜 중독자의 단주와 사회복귀에는 배우자의 참여정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부부집단 프로그램, 재활서비스 개발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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