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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캠퍼스’ 우려되는 혁신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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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염태정 기자 중앙일보
염태정 내셔널 팀장

염태정 내셔널 팀장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는 지구촌의 대표적인 계획도시다. 직전 수도인 대서양 연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륙으로 900㎞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브라질 중심부로 균형 발전을 위해 조성됐다. 1958년 착공, 60년 완공됐다. 당시 주셀리누 쿠비체크 대통령(1956~61년 재임) 지휘 아래 군사작전 하듯 만들어졌다. 대통령궁을 비롯해 입법·사법·행정 부서가 자리 잡고 있다. 주요 건물은 세계적 건축가인 오스카 니마이어(1907~2012)가 설계했다.

세종시 논란이 한창이던 2004년 7월 브라질리아에 갔다. 넓고 쾌적하나 황량한 느낌이었다. 당시 현지에서 만난 한 대학교수는 상당수 공무원이 주말엔 도시를 떠나 텅 빈다고 했다. 브라질리아는 조성된 지 60년이 됐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몰려 살고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곳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2012년 12월 니마이어의 사망을 계기로 브라질리아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멋진 건물이 많지만, 정상적인 도시라 할 수 없다. 일종의 오피스 캠퍼스’라고 했다.

이해찬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방분권·균형발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공공기관 122곳의 지방이전, 혁신도시 시즌2 계획을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 시작한 혁신도시는 현재 강원도 원주를 비롯해 전국에 10곳이 있다. 여기에 한국전력(나주), 국민연금공단(전주) 등 110개 공공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 옮기겠다는 공공기관 상당수도 혁신도시로 갈 것으로 보인다.

혁신도시는 아직도 제대로 된 도시라 보기 어렵다. 오피스 캠퍼스에 가깝다. 무엇보다 생활 여건이 좋지 않다. 그러니 직원 이주율, 특히 가족 동반율이 낮다. 예를 들어 8800억원이 투입된 원주혁신도시에는 13개 공공기관이 들어서 있는데 직원 이주율은 50%, 가족 동반율은 25% 수준이다. 다른 혁신도시도 비슷하다.

균형발전을 위해 혁신도시 시즌2를 계획하고 있다면 시즌1의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가족을 서울에 두고 출퇴근에 서너 시간을 쓰거나 주말마다 올라오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기존 도시와의 융합도 중요하다.

정부·여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혁신도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일부 맞긴 하나 집권 2년 차에 할 말은 아니다. 지난 6일 대전에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균형발전박람회’가 열렸는데, 대통령이 안 온다 하자 참석한다던 시·도지사가 대거 불참했다. 공동주최자인 산자부 장관도 안 왔다. 이런 걸 볼 땐 균형발전에 진짜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염태정 내셔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