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메르스 감염 비상 … 접촉자 마지막 한 명까지 추적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3년 만에 또다시 발생했다. 전국에서 1만6000여 명이 격리되고 감염자 186명 가운데 38명이 숨진 당시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닥친 일이라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철두철미한 범정부적 대처를 요하는 비상사태다.

3년 전 공포 우려되는 비상 상황 #추가 감염 환자 가능성 배제 못해 #국가 위기대응 능력 시험대 올라

질병관리본부는 그제 쿠웨이트를 방문하고 돌아온 61세 남성이 메르스 환자로 최종 확진돼 서울대병원 격리 병동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환자와 2m 이내에 있었던 밀접 접촉자 22명은 자택 격리 상태에서 증상을 감시하고 있다. 비행기 탑승객 440명에 대해서도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해 수동감시하고 있다. 관할 보건소가 잠복기 동안 연락을 취하고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신고토록 한 것이다.

메르스 잠복기는 최대 14일이다. 따라서 21일까지가 이번 메르스 확산 여부의 1차 고비다. 밀접 접촉자나 탑승객 가운데 감염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이들이 2차 감염 확산 대상이어서다. 물론 초기부터 이들을 격리하고 관리에 나섬으로써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처럼 무방비 상태에서 환자가 돌아다니는 일은 없는 만큼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하지만 그 사이 이동 과정을 감안하면 안심할 일이 아니다.

더 우려스러운 건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항 검역에서 걸러내지 못한 탓에 환자가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하는 2시간30분 동안 구멍이 생긴 것이다. 환자가 설사 증상을 신고하고 중동 국가에서 입국하는데도 체온이 정상이고 호흡기 증세가 없다는 이유로 격리 조치를 하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다. 공항 검역 체계가 정상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공항 CCTV 분석 등으로 환자의 이동 경로를 철저히 확인하고 접촉자를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내 메르스 확산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이번 메르스 환자 발생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14명이 메르스에 감염돼 이미 30명이 사망한 상태다. 국내 유입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올 들어 음성판정을 받긴 했지만 169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돼 바이러스 검사를 받기도 했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30%를 웃돌지만 아직 치료약이 없다. 감염 확산을 막는 게 최선이다. 3년 전 7개월간 전국을 휩쓴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가 초기 대응 실패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어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메르스 총력 대응책을 논의했다. 지자체들도 비상 대응팀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현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로 간주하고 한 치의 방심도 용납해선 안 된다. 총리 말마따나 메르스 대처의 경우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국가의 위기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메르스 사태에 철저히 대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