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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판문점 선언 비준, 국민과 국회 설득 우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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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와대가 11일 국무회의에서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판문점 선언에 “국내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지지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효력이 유지되는 ‘법’ 수준으로 위상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면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길 동력이 늘어나고 남북 간 교류도 더욱 촉진될 것이란 발상이 선언의 비준 추진에 깔려 있다.

하지만 비준을 서두르기에 앞서 숙고할 측면이 많다. 무엇보다 판문점 선언엔 “~하여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조항이 하나도 없다. “~하기로 하였다”는 선언적 조항만 있다. 우리의 최우선 현안인 북한 비핵화에 대해 선언 말미(3조4항)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문구 하나만으로 북한에 ‘법적으로’ 비핵화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반면 남북경협과 관련해선 비핵화 조항보다 훨씬 앞선 1조 1·4·6항에서 ‘포괄적 협력’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이 비준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내게 된다면 정부는 대북 지원에 대규모 국가 예산을 투입할 명분을 갖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 판문점 선언 이후 넉 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 취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전무하다. 오히려 이 기간에 핵 개발을 계속해 핵무기 개수를 더욱 늘렸다는 소식만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판문점 선언 비준에 앞서, 비준하면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여당은 그동안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야당을 소외시켜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관련 정보를 야당에 충분히 제공하고, 비준에 대한 그들의 우려를 경청한 다음 이를 해소할 대책을 함께 도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