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반성' 다짐 … 호남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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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민심 잡기의 새 화두는 '반성'이다. 여당이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한 표를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동영 의장이 앞장섰다. 정 의장은 16일 TV 정책연설에서 "독선과 오만에 빠진 여당으로 국민께 비친 것이 사실"이라며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여당에 불리한 선거 판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앞으로는 민생과 동떨어진 주제로 국민을 불편하게 해드리지 않고,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전국 지역을 둘러본 결과 후보 개인보다 당에 대한 실망이 절대적으로 크다"며 "최대한 겸손한 자세로 선거 캠페인을 이끌면서 야당보다 뛰어난 후보들의 자질론을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 초반, 여당의 구체적인 선거 전략은 호남 유권자 공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호남 민심을 얻으면 서울 등 수도권의 호남 연고 유권자의 마음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광재 전략기획위원장은 "17일부터 이틀간 지도부가 대거 광주를 방문하는 등 호남 공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충남의 오영교 후보에 대한 지원도 늘린다는 전략이다. 여당은 또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검증과 공세를 더욱 강화키로 했다. 오 후보가 등장하면서 전국의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친 만큼 오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것이 긴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영교 부대변인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명품을 즐기고, 뉴욕 시민인 척하고 지내는 오세훈과 우리는 존재가 다르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 한나라당="절대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선대본부장인 허태열 사무총장은 16일 지방선거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기본자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을 압도하고 있는 최근의 여론조사 판세를 의식한 것이다.

허 총장은 "국민의 눈에 오만하게 비치지 않도록 투철한 승리 의지를 가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며 "특히 말 실수 등 표심의 흐름을 바꾸는 악재를 만들지 않도록 긴장감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소속 의원 대부분이 지역으로 이동해 후보들의 선거 출정식에 참여했다.

한나라당은 역대 지방선거 사상 최대의 압승을 기대하고 있다. 12명 이상의 광역단체장(특별시.광역시장과 도지사)을 당선시켜 2002년 한나라당이 세운 11명의 기록을 깨겠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대전.광주 시장과 전남.전북.제주지사 선거를 뺀 11개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현명관 후보가 무소속 김태환 지사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제주지사 선거에도 결국 승리할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 후보에 뒤져 있는 대전시장 선거에 대해서도 "아직 희망이 있다"는 분위기다.

선거 때마다 높은 파괴력을 보여온 박근혜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도 대전.제주지역에 집중시켰다.

박 대표는 18일 광주를 방문한 뒤 곧바로 대전이나 제주로 이동하는 등 전략지역인 이 지역을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찾는다는 계획이다.

호남지역에 대해서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더 이상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호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두 자리 이상의 득표율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여지없이 심판하고, 오만과 독선을 질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확실하게 앞서가는 광주와 전남, 그리고 많이 따라가고 있는 전북을 토대로 지지세를 수도권으로 연결시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5.18 정신에 의거해 선거를 치르고 민주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와 권영길 의원,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서울 수유동의 4.19 기념탑을 찾아 승리를 다짐했다. 진보 정당의 선명성을 확실하게 드러내겠다는 선거 전략이다. 충청지역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중심당의 이규진 대변인은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의 국민중심당 후보들이 당선되지 못하면 더 이상 '충청도 당'은 없다는 논리로 충청권 유권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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