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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시달리다 사고로 숨진 중학생 상주로 나선 시민들

중앙일보

입력

7일 오전 경남 거제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버스에 치여 황망하게 숨진 중학생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 제공=뉴스1]

7일 오전 경남 거제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버스에 치여 황망하게 숨진 중학생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 제공=뉴스1]

경남 거제시 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버스에 치여 숨진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상주를 자처했다.

7일 거제시에 따르면 최근 버스에 치여 숨진 A군(15) 빈소에 발인인 이날까지 시민 2000여명이 찾았다.

A군은 지난해 7월부터 가족 곁을 떠나 거제의 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해 왔다. 사고 당일도 학교를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한때 부모님과 평온한 나날을 보낸 적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A군의 가정은 파탄 났다. 떠난 어머니의 자리를 계모가 대신했지만 가정폭력은 계속됐다.

A군은 아버지 등에게 학대를 당해 정신적인 충격으로 후유증을 앓았고, 결국 치료‧보호를 위해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게 됐다. 이곳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들의 보살핌으로 겨우 마음을 열기 시작했으나 이번 사고로 인해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됐다.

이 같은 사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애도의 물결과 함께 A군의 장례식이 마련됐다.

사고를 당한 뒤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었으나 거제시와 시민단체가 나서 거제 한 병원에 빈소를 마련하고 시민들이 상주 역할을 했다.

A군 영정 앞에는 생전 좋아했던 간식과 정갈하게 개 놓은 교복, 노래 CD 등이 가지런히 올려졌다. 래퍼가 꿈이던 A군을 위해 친구들이 준비한 것들이다.

시는 A군을 화장한 뒤 유해를 거제 납골당인 ‘추모의 집’에 안치했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5시 31분쯤 경남 거제시 고현동 고현시내버스터미널 안에서 시내버스가 승하차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하차장 의자에 앉아있던 A군이 버스에 받혀 숨졌다.

사고 당시 버스는 승하차장으로 들어오면서 멈추지 않고 턱을 넘어 그대로 의자 쪽으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내버스 운전자 이모(61)씨가 실수로 브레이크 조작을 잘못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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