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통해 한국 현대사 재조명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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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기독교방송은 질곡과 오욕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 예수를 등장시킨 10부작 가상 드라마 『1989년의 예수』(연출 이광천·극본 김남)를 성탄특집으로 방송한다.
성탄 전야인 오는 24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매회 60분씩(토요일 오후 7∼8시)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예수의 수난사를 통해 격동의 시절인 6·25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를 성서에 바탕 해 재조명한다.
이 드라마는 치열한 정치·사회적 갈등에 의해 예수가 살해된 2천년전 이스라엘의 상황과오늘날 한국의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을 보여주게 된다.
6·25 직후 출생했다가 홀연히 잠적해 버렸던 예수가 88년 12월 14일 한 개척교회에 나타나는 것으로 이 드라마는 시작된다. 예수는 그후 1년 4개월간 지배집단과 보수 종교계의 배척을 받으면서도 수많은 국민들을 참회시키고 추종세력을 이끌게 된다.
예수는 마침내 그를 이용하려는 재야 지도자로부터 대통령 선거 러닝메이트가 돼줄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예수가 모든 정계지도자보다 더 많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재야와 통치관계자들은 예수에게 정권이 넘어갈 우려가 있으며 그 경우 국가체제가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해 올가미를 걸기 시작한다. 일부 비대해진 재벌교단도 이에 합세한다. 이 와중에서 지지자들은 예수에게 열광적으로 출마를 강요하다.
예수는 끝내 조직된 음모에 의해 반국가 혐의로 체포된다. 이어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추종자들은 도망치기에 바쁘다.
군법회의는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군 교도소에서 총살당한 예수의 시체는 홀연히 사라지고 그때까지 예수를 추적 취재하고 있던 기자 앞에는 부활한 예수의 모습이 나타난다.
기자는 무릎꿇고 울면서 『당신은 예수가 아니냐』고 묻지만 예수는 대답없이 사라진다.
부활은 당국에 의해 공식 부인되고 기자는 유언비어 혐의로 체포, 수감된다.
이윽고 도시의 상공에는 거대한 십자가가 떠오른다.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무릎끓고 눈물을 흘리지만 절망적인 현실은 변함없이 계속된다.
연출자 이광천씨는 『이 드라마는 인간성을 상실한 오늘날의 인간들을 위한 인간성 회복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제작방향을 밝히고 있다.
성서와 한국 현대사를 접목시킨 이 드라마는 격동기 한국사회에 있어서 기독교의 참된 역할과 역사발전의 올바른 전망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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