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북 특사단 관련 “모른다”고만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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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 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5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 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5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5일 오전 평양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이 방북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9시 44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현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극히 적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예정에 없던 만찬을 가졌다는 등의 일정이 전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대북 특사단에 대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거의 ‘모른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방북특사단은 오늘 김 위원장을 만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 특사단은 만찬 뒤 출발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방북 결과 브리핑은 내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만찬 참석자에 관한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몇 시부터 시작됐느냐는 물음에도 “만찬을 하고 있고, 마치고 돌아온다. 이것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과 오찬을 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오찬 멤버는 모른다. 김 위원장과의 공식면담 장소와 시간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대변인이 모른다고 일관되게 대답한 건 대북 특사단이 청와대에 관련 사실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보고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통신내용을 암호화 처리하는 ‘비화기’가 달린 팩스를 갖고 북에 갔다. 현지에서 팩스 송수신 상황이 될 때마다 간략한 이동이나 면담 상황만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어 청와대 관계자들도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위원장과 특사단이 나눈 민감한 대화 내용을 팩스로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무리 비화기가 달린 팩스라 할지라도 북한을 비롯해 중국, 미국 등 타국들의 도·감청 위험이 늘 상존하기 때문이다.

결국 특사단이 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한 후 6일 오전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야 김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이 자세히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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