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요법 무시 못할 것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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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민간에서 「생활 의학」으로 뿌리내려온 민속요법의 이용도와 효과가 높아 제1차 보건의료의 중요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재정지원으로 최근 도시와 농촌주민 2천 5백 62가구를 대상으로 「주민의 전통의술 이용도 조사연구」를 실시, 76.9%가 비교적 간단한 질병을 민속요법으로 치료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민속요법 중에는 △화상을 입었을 때 간장에 담근다 △목에 가시가 걸렸을 때 밥이나 나물을 덩어리 째 삼키거나 쌈 싸 먹는다 △두드러기가 생겼을 때 소금을 뿌리고 빗자루로 쓸어준다는 등 현대·한방의학적으로 뒷받침될 수 없는 것도 있었으나 상당한 경우 근거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은 연구원 김진순씨 팀이 조사한 결과 민간에서 많이 사용되는 증세별 전래요법.
가장 이용도가 높은 체했을 때 등을 문지른 후 엄지손가락을 따준다는 요법은 등의 경혈과 손가락의 대장 경락을 자극, 소화를 촉진한다는 것.
가벼운 화상에 소금을 바르면 깨끗하게 낫는데 도움이 되고 소주를 바르는 것은 알콜의 소독작용을 이용한 것이며 감자뿌리의 즙을 바르면 화기가 빠진다고 한다.
미네럴·비타민 성분이 풍부한 생강차는 거담·구토억제·살균작용은 물론 신진대사를 촉진, 감기에 좋으며 쑥과 갑오징어 뼛가루는 지혈작용이 있어 베었을 때 출혈을 멈추게 해준다.
또 콩은 혈액순환·해독작용을 갖고 있어 동상에 걸렸을 때 콩 자루에 동상부위를 담그면 일부 피부조직을 되살려 준다는 것.
딸꾹질이 나올 때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은 한랭을 다스리고 기를 순조롭게 해준다는 의미이며 눈에 다래끼가 생겼을 때 눈썹을 뽑아주면 풍열을 발산, 소염·해열작용으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늙은 호박의 속을 긁어내고 꿀을 넣은 뒤 푹 고아서 우러난 물을 마시면 호박의 이뇨작용과 꿀의 이뇨억제 작용으로 탈진되지 않고 산후정종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방의 부인과 질환에 많이 쓰이는 익모초의 생즙은 신진대사 촉진·갈증해소·이뇨작용으로 더위먹었을 때 효험이 있으며 아침 공복 때 냉수·우유를 마시는 것은 위장을 자극, 변비를 막아주는 것으로 요즈음도 적당한 때 권장되는 경우가 있다.
연탄가스 중독 시에 김칫국물·동치미국물을 마시는 것은 하나의 응급요법이기는 하나 과신은 금물이다. 연구팀은 민간요법의 일부 약재나 방법 중 해로운 것도 있으므로 유효성·안전성·독성과 부작용에 대해 앞으로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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