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윤용일 '라켓인생 2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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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트를 지켜본 것은 밤하늘의 별이었다. 관중의 박수소리도 스타로 각광받는 후배 이형택(27.삼성증권)의 몫이었다. 프로무대 초년병인 17세 복식 파트너는 허둥대기만 했다.

고별무대라고 해서 조금의 온정이라도 베풀어질 자리가 아니었다. 결과는 0-2(2-6,4-6) 완패였다. 한때 한국 남자테니스를 이끌었던 윤용일(30.삼성증권)이 지난 17일 야간경기로 열렸던 삼성증권배 국제남자 챌린저 테니스대회 복식경기를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공식 은퇴식을 열 윤용일은 앞으로 소속팀 삼성증권에서 코치를 맡아 지도자로 변신한다.

윤용일은 1993년 명지대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단 이후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2관왕(단식.단체전), 97년 시칠리아 유니버시아드 2관왕(단.복식) 등 지난해까지 10년간 대표팀의 주축이었다.

최고 전성기는 98년. 윤용일은 그해 8월 US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 88년 김봉수(호주오픈)이후 10년 만에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윤용일의 주무기는 백핸드 슬라이스. 면도날처럼 바닥에 깔리는 예리함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내와 아시아 무대에서는 슬라이스 하나만으로 통했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역부족이었고, 1m76㎝.66㎏의 호리호리한 체격 역시 파워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세계랭킹도 최고 1백51위에서 멈췄다.

윤용일은 "어릴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나의 이런 고민을 후배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다섯살 연하인 김현진(대구 대평중 영어교사)씨와 결혼한 윤용일은 내년 6월께 아빠가 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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