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키워 '심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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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삼 재배에 성공한 농가가 늘어나면서 산삼 가공 등 산삼 관련 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잘 재배하면 인삼 산업을 능가할 수 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충남 서천의 천방농산 산양산삼 체취 장면(사진 좌)과 강원도 춘천의 대곡마을 장뇌삼 밭.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성맹문(52.서울 서초2동)씨는 최근 이색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터넷으로 산삼을 파는 온라인 사업이다. 그가 운영하는 동의생활건강 홈페이지(www.dong-es.co.kr)에서는 충남 서천의 깊은 산에서 키운 산양산삼을 판매한다. 전공과는 판이한 분야다. 왜 이런 사업을 하게 됐을까.

"산삼도 인삼처럼 대중화가 가능합니다. 우리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유망 상품입니다. 그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지요. 산삼도 잘 재배하면 인삼보다 더 좋은 세계적인 상품으로 가꿀 수 있습니다. 농업 개방에 손놓고 있을 게 아니라 대안 상품을 개발해야 해요."

그는 덧붙인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미 너무 혼탁합니다.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탈바꿈, 고가에 판매되고 있어 속고 사는 소비자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 산삼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원인입니다."

그는 한 종합병원의 행정부원장으로 근무하다 우연히 서천 천방농산의 산양산삼을 접하고 효과에 반하게 됐다. 산삼 산업이 인삼산업을 능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제대로 된 진짜 국산 산삼을 보급하자는 뜻에서 그 판매에 나서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인삼은 산삼이 원조입니다. 깊은 산속에서 자생한 산삼이 효력이 있어 중국에서 인기를 얻자 집에서 대량 재배에 나서게 됐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인삼이 새로운 종자로 자리를 굳히게 된 거죠. 화전과 산불, 환경 변화 등으로 서식 조건이 나빠지면서 산삼이 줄어들었을 뿐입니다." 그의 설명이다.

산삼 재배에 성공하는 농가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산삼 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살아 있는 산삼을 잎.줄기.뿌리째 판매하는 것은 기본이고 산삼 엑기스.드링크 등 가공 식품도 출시 붐을 이루고 있다. 산삼 분재도 나오고 있고, 산삼 밭을 분양한다는 광고도 요즘 자주 등장한다.

서울 목동 청담한의원 박우식 원장은 "인삼과 산삼의 성분이 비슷하다고는 하나 사용해보면 산삼의 효과가 확실히 좋다. 하지만 시중에 가짜가 많이 나돌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삼은 크게 나눠 천연산삼.산양산삼.장뇌삼으로 구분된다. 천연산삼은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심마니들이 캐서 판다. 수백만~수천만 원은 해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산양산삼은 집 인근 산에 씨를 뿌려 산삼모종을 키워 인적이 드문 깊은 산 속에 옮겨 재배한 산삼이다. 장뇌삼은 인삼처럼 집 가까운 밭에서 기른 산삼이다.

그동안 산삼은 재배가 어려웠다. 씨앗에서 싹이 트는 것도 1% 미만이어서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발아에 성공해 모종을 산이나 밭에 심는다고 해도 생존율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기껏해야 몇 년 살다 죽기 마련이었다. 햇볕.습도.바람 등 까다로운 조건에서 산삼은 생존하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부터 몇몇이 산삼 재배에 나서 각고 끝에 성공하면서 10여 년 전부터 산양산삼과 장뇌삼이 시중에 나오게 된 것이다. 요즘 시중에서 팔리는 산삼의 대부분은 천연 산삼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다.

강원도 춘천 대곡마을장뇌산삼 생산자협회 박영남 회장은 "처음 장뇌삼 씨를 뿌렸더니 발아하는 산삼도 적었고 나온 순도 5년 만에 모두 썩어버렸다. 산 속에서 자란 삼의 씨앗을 수확해 파종하고 이식하기를 반복하면서 대수물림 즉 환경 적응된 산삼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삼 재배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아직 대량생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천.함양.정선.횡성.포천 등에서 재배하는 농가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정도다.

인삼은 예로부터 한국산이 최고였다. 산삼도 마찬가지다. 산에서 키우든 밭에서 재배하든 한국산이어야 진짜로 친다.

가짜 산삼이란 수입산을 일컫는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산삼의 75% 정도는 중국에서 재배한 산삼이다. 또 15~20%가 캐나다.미국산이다. 한국산은 5~10%에 불과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인삼은 5~6년산이 좋다고들 한다. 산삼은 어떤 게 좋은 지 아직 표준화되지는 않았다. 재배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업계는 산에서 10~12년 자란 사지오엽(四枝五葉)의 산양산삼을 최고로 친다. 그 가격은 뿌리 당 15만원 정도다. 요즘 나오는 산양산삼은 6~8년 된 삼지오엽(三枝五葉)이 많으며 가격은 5만~12만 원 정도다. 삼지오엽은 재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농가들이 수확해 팔고 있는 것들이며 10년 이상의 사지오엽으로 키우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산은 잘 자라 3년만 키워도 줄기가 한국산의 10년 정도 돼 보인다. 중국산은 뿌리 당 1만 원 미만에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삼 분재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경기도 남양주 장뇌삼 작목반은 1989년 산삼종자를 파종한 뒤 재배에 성공해 산삼 분재를 내놨다. 그 후 종자 및 재배 기술 보급에도 나서고 있다.

산삼배양근 가공식품도 나오고 있다. 보령제약은 2003년말 '산삼 배양근의 기'를 내놓고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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