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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출범 이틀만에 충돌···"판문점선언 비준"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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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손학규호가 출범 이틀 만에 불협화음이 나왔다.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두고서다.
손학규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남북평화문제에 대해서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4‧27 선언 비준 문제도 우리 당이 적극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직 인선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직 인선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비핵화의 속도와 북미 간 대화 교착상태를 볼 때 9월 전에는 판문점 선언 비준이 어렵다”(8월 17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발언)는 당의 기존 입장보다는 적극적인 태도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해준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문희상 국회의장도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국민의 72%가 국회 비준 동의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지상욱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손 대표 발언에)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신임 당 지도부는 대표의 돌출발언에 대해 지도부의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지 의원은 “완전한 비핵화 없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원칙에 위배되고 ▲경제적 부담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에 백지수표를 써주는 것이며 ▲그간 바른미래당이 견지해온 신중한 입장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비준 동의가 어렵다는 당내 의견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가 자의적으로 전혀 상의도 안 된 내용을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법리적 요건 등에 대한 숙고 없이 판문점 선언 비준에 동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 당내엔 80% 정도 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이 같은 당내 마찰은 최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다시 불거진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갈등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정당 출신인 유승민‧지상욱‧이혜훈 의원 등은 최근 당의 행사에 좀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0일 바른미래당이 의원 워크숍을 거쳐 당 정체성을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에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로 수정한 데 대해 지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 이지현 전 비상대책위원 등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신임 지도부 중 손 대표를 제외한 선출직 최고위원 세 명(하태경‧이준석‧권은희)이 모두 바른정당 출신으로 구성되면서, 향후 당의 진로를 두고 노선 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손 대표는 신임 당직자 인선을 발표했다.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이 신임 당 사무총장에, 국민의당 출신 채이배 정책위의장 권한대행이 비서실장에 지명됐다. 수석대변인에는 국민의당 출신 김삼화 의원이 지명됐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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