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잇따라 "투자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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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꽁꽁 얼어붙었던 일본의 경기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회복되면서 각 기업들이 서둘러 설비투자 계획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반짝 회복일지 모른다"며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않던 기업들이 드디어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전기 업체들이 설비투자 확대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디지털 카메라.벽걸이 TV 등 디지털 가전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소니.올림푸스.샤프 등은 증산을 위한 설비투자 확충에 나섰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일본 카메라 영상기기공업회는 당초 올해 총 출하 대수를 지난해 대비 30% 증가한 3천1백45만대로 잡았으나, "만들면 팔린다"며 아우성치는 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근 전년 대비 50% 늘어난 3천7백44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 호조는 관련 부품의 생산 증대로 이어져 소니의 경우 이달 초 디지털 카메라용 반도체 설비투자 계획을 올 4월에 책정했던 7백억엔에서 8백억엔으로 늘렸다. 도시바도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를 당초보다 10% 가량 늘린 1천1백80억엔으로 올렸다.

벽걸이 TV의 생산도 크게 늘어 마쓰시타 전기는 총 6백억엔을 투입해 액정TV용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의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이 민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그동안 불황 속에서 투자를 자제하면서 내부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예전의 한창 때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모처럼 불기 시작한 경기 회복의 바람에 재빨리 편승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뒤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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