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부처간 협조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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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2·5 전면 개각으로 들어선 새 경제 팀이 8일 과천 경제기획원 장관실에서 첫 상견례를 가졌다.
부총리를 비롯한 재무·농림수산·상공·건설·노동·보사·체신·과기처 등 9개 부처장관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찻잔을 서로 나누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 각 부처가 전체경제를 보는 시야에서 협조체제를 다질 것과 새 경제 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의식, 내년 경제운용과 관련, 생동감 있고 가시적인 정책을 제시해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조순 부총리=지금까지 교단에만 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줄 안다. 그러나 각오만큼은 뚜렷하다.
지난날엔 경제 제일주의로 정치에서 바람이 불어도 경제 쪽엔 오지 않았다. 각 부처가 나름대로 목표를 갖고 뛰면 됐고 그것을 합치면 성장정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사회이익단체, 또 외국으로부터도 경제 쪽에 압력이 강하다.
따라서 각 부처도 목표는 많겠지만 국민경제가 처하고있는 전체상황을 볼 줄 아는 큰 시야를 잃으면 안 된다. 부처끼리 갈등이 있는 상태에서 정책수립을 하면 곤란하다. 반드시 합의한 뒤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충분한 대화를 가지며 조화를 찾아나가자.
▲한승수 상공=경제 예측이 정확치 못해 문제가 많다. 올해도 성장률이 당초 전망은 7%였는데 실적은 11.5%나 된다.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정도면 너무 심했다.
이 때문에 올해 세계 잉여금이 1조 4천억원이나 됐다. 정확한 예측을 했다면 나라 살림규모를 제대로 잡을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흑자를 내면서 외채상환에만 신경 써 투자를 소홀히 했다. 지난 2·4분기는 노사분규로 연간으로도 투자율이 떨어져 투자 쪽의 배려를 더해야한다.
▲박승 건설=지금까지 경제는 예상보다 항상 좋았다. 원화 절상으로 기업들이 죽겠다는 데 오히려 흑자는 1백 30억달러를 넘었다. 이 때문에 막연한 관성적 기대감이 정부와 국민사이에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나 내년에는 이 반대가 될 우려가 크다. 경제기획원은 내년에 흑자규모를 95억달러로 봤지만 중소기업들의 도산으로 이보다는 줄어들 것이다.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 너무 낙관적으로 만들면 곤란하다. 신중한 자세로 경고할 필요도 크다.
▲이상희 과기처=총량지표로 보면 경제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물선행지표의 변화추세를 보면 오히려 나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시설투자·기술개발투자까지 확대해서보면 어두운 부분이 많다.
선진국은 IBM회사 등을 필두로 기술보호주의를 날로 강화하고 있고 이제 여기에 우리가 걸려들면 꼼짝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소기업은 기술중심으로 활성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에게만 기술개발비를 부담시키면 곤란하다. 정부지원이 긴요하다.
▲한 상공=지난 2년 동안 임금이 크게 상승했는데도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그 요인은 무엇인가. 앞으로도 이럴까. 이제 기로에 왔는가도 정밀히 따져볼 때가 왔다.
▲이규성 재무=내년에 가장 중요한 경제현안은 농수산물 수입 등 대외개방, 임금상승 등 물가 불안이라고 본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산업구조 조정도 시급하다.
국제화란 외국문제가 아니라 국내문제다. 즉 우리 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문체라는 뜻이다. 올림픽을 치른 이후 좋든 싫든 한국은 국제무대에 주역으로 떠올랐다. 국제화에 대한 명확한 현실인식이 시급하다.
▲장영철 노동=현재 6개 연구원에서 쟁의발생신고를 하고 연구기관 노조들이 임의로 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노동부로서는 중재역할에 한계를 느낀다. 정부차원에서 논의, 대책을 세워야한다. 이제는 정부부처도 기업쪽만 두둔하는 일은 없고 근로자를 생각한다는 것을 알려야한다.
지난해에만 3천 780건의 노동쟁의가 일어났다. 현재의 소규모 노동위원회 조직으로는 조정이 불가능하다. 노동위원회를 심판소로 격상하겠다는 대통령 선거공약을 검토하겠다.
▲조 부총리=산업구조 조정·생산성 향상 등 모든 문제가 풀려야 전체경제도 잘 이루어질 것이다.
생동감 있는 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지만 뭔가 손에 감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을 모색, 대응해 나가도록 하자. <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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