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투데이, 삼겹살 이나 뼈해장국 오케이?”
베트남 감독으로 첫 올림픽 금 지도 #제자 쑤안빈은 5억원+ 대령 특진 #축구 박항서 감독과 호형호제 #도쿄올림픽 2연패와 한류열풍 도전
3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창원 세계사격선수권에 출전한 ‘베트남 사격영웅’ 호앙 쑤안 빈(44)은 베트남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가 부른 “감독님”은 한국인 지도자 박충건(52)이다.
박항서(59) 감독이 이끈 베트남축구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에 오르면서 베트남 전역이 들썩였다. ‘지도자 한류 열풍’ 원조는 박충건 감독이다.
현역 육군 대령인 호앙 쑤안 빈은 2년 전 리우 올림픽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202.5점)을 쏴 진종오를 꺾고 깜짝 우승했다. 베트남 스포츠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호앙 쑤안 빈은 세계랭킹 1위에 오른적도 있는데, 베트남 모든 종목을 통틀어 최초였다.
호앙 쑤안 빈은 베트남정부 포상금은 물론 각종 광고에 출연해 5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베트남은 연평균 국민소득은 2385달러(260만원) 수준. 베트남 평범한 직장인이 200년을 넘게 벌어야 만질 수 있는 거액이다.
그 뒤엔 베트남 사격을 세계 톱클래스로 끌어올린 박충근 감독이 있었다. 권총선수로 활약했던 박 감독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을 지냈다. 2006년부터 경북체육회 지도자를 맡아 베트남 사격과 교류했다. 선수들 실력이 쑥쑥늘자 베트남사격연맹은 2014년 박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영입했다.
박 감독은 “리우 올림픽 귀국 당시 환영인파에 총도 못 챙길 정도였다. 국방부장관이 초청해 중령에서 대령으로 특진 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에서는 호앙 쑤안 빈이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박항서 감독님이 베트남에서 축구를 킹스포츠로 만들었다. 요즘 베트남인들은 식당에서 김치를 먹고, 한국 TV 방송을 본다”고 전했다.
축구에서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우리는 베트남”이라고 자부심을 심어준 것처럼, 박충건 감독도 “난 인생을 걸고 베트남에 왔다. 내가 세계 최고장비와 기술을 전해줄게”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베트남 사격선수는 약 200명에 불과하고 지금도 전자표적 시설이 없는데,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을 한국으로 이끌고와 훈련하기도했다.
호앙 쑤안 빈은 ““감독님은 훈련량이 굉장히 많다”고 웃은 뒤 “박항서 감독님처럼 우리 감독님도 새로운 스타일과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늘 목표를 높게 설정하라는 말씀이 동기부여가 된다. 한국인 감독님들이 우리를 변하게 했다”고 말했다.
박충건-항서 감독은 호형호제한다. 박충건 감독은 “밥 잘사주는 큰 형이다. 베트남 식당에서 둘이 식사하는게 사진 찍혔는데, 다음날 베트남 신문에 ‘두 박 감독’이라고 나왔다”면서 “난 사격선수권 개회식날 휴대폰으로 베트남축구를 틈틈이 챙겨봤다. 박항서 감독님이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하노이에 도착하자마자 전화오셨다. 지난 4월 창원 월드컵사격대회를 찾아주셨는데, 이번 창원사격선수권대회에도 응원오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박충건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저와 박항서 감독님 뿐만 아니라 한국인 지도자들이 베트남 펜싱(신무협), 태권도(김길태), 골프(박지운), 양궁(김선빈) 대표팀을 이끌었다. 대세는 한국 지도자”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충건 감독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베트남에 또 한번 한류열풍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박 감독은 “베트남 사상 첫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메달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이 목표다. 올림픽에서 최근 50년 사이에 10m공기권총 2연패가 없는데, 한 번 이뤄보겠다”고 말했다.
창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