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으로 뒤덮인 용봉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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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입 학력고사가 끝난 주말, 등산과 온천을 즐기며 수험생 자녀들의 지친 심신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는 용봉산 코스가 요즘 최적의 산행지로 꼽히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북면에 위치한 이 산은 서울과 인근 대도시에서 가까운데다 초보자들에게도 전혀 부담 없고 귀로에 덕산·도고·온양온천에서 피로를 풀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또 온양에서 불과 20여분거리인 아산호에서는 금방 잡아 올린 각종 고기들의 회맛도 즐길 수 있고 주변에 산재해 있는 각종 문화재도 살필 오토 레저 코스로도 한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과 온천·바다를 짧은 시간 내에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용봉산이 새로운 등산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
용봉산은 산악인들에게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철저히 「감춰진」 산이다.
그러나 유명산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산의 참맛이 있다.

<홍성쪽서 올라야>
해발 3백 74m의 야트막한 야산에 불과한 용봉산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이 이 산의 등록상표다.
이 산을 찾은 산악인들은 모두 「가장 기억에 남는 산」으로 꼽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요즘 각 산악회에서도 앞다투어 이 산의 산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가족등반코스로서 최적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산의 진수를 맛보려면 홍성쪽에서 올라가 덕산온천으로 하산하는 것이 바람직한 코스다.
홍성에서 덕산으로 가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가다 교령을 지나면 용봉국민학교가 나오는데 여기가 용봉산의 출발점이다.
국민학교 정문을 바라보며 왼쪽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10분쯤 후 미륵암이 나타난다.
미륵암 뒤편에는 성불입상이 버티고 있는데 높이 12m, 폭 5m 가량의 자연석에 조각한 고려시대 작품. 지금은 지방문화재 87호로 지정되어 있다.
용봉산 산세는 빼어나지만 산세가 완만해 계곡이 짧아 여기서 식수를 챙겨야 한다.
5분쯤 더 걷다 보면 웅장하게 우뚝 선 높이 20여m의 석산이 나타난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석산을 뒤로하고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정상이 바로 눈앞이다.
산이 낮아 어렵지 않게 능선을 탈 수 있어 정상을 올라서는데 불과 3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정상은 바윗돌의 축제가 벌어진 듯 장관이다.
분재같이 가꾸어진 듯한 작은 소나무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기암괴석들의 파노라마는 등산객의 옷소매를 끌어당겨 몰아에 잠기게 한다.
서북쪽 아래로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용봉저수지가 멀리 바라다 보이고 저수지 왼쪽으로는 수덕사를 품고 있는 덕숭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의 북쪽으로는 마치 설악산 공룡층의 축소판 같은 용봉산 주능선이 꿈틀거린다.
정상에서 능선을 바라다보면 또한 기암괴석들이 서로자태를 뽐내며 경염을 벌이고 있다.
3백 69m의 공룡봉 바위를 비롯, 기기묘묘한 칼바위·말등바위·5형제바위·송곳바위가 맵시를 자랑한다.
용봉산 산행은 정상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이 같은 바위 능선을 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갈수록 점입가경.
바위품에 안기고 싶은 능선 곳곳마다의 바위군을 지나 20여분쯤 하산하면 바위에 조각된 4m의 마애석불이 홍성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마애불 밑으로는 1천평방m의 잔디광장이 있어 잠시 휴식처로 이용된다.

<용봉사에서 점심>
이 광장 바로 아래에는 용봉사가 있으며 등산객들은 여기서 점심을 먹게 된다.
용봉국민학교를 출발한지 2시간여의 거리다.
하산은 용봉사에서 하는데 이곳은 덕산온천으로 통한다.
그러나 등산을 좀더 하려면 마애불쪽으로 올라가 다시 덕산온천으로 이어지는 수암산 코스를 택하면 된다.
용봉산의 마지막 봉우리를 거쳐 1시간정도 걸으면 자그마한 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가 홍북면에서 덕산면으로 넘어가는 마루턱.
고개아래에서 북쪽저수지 방향으로 불과 15분이면 하산할 수 있으나 덕산온천까지 등산코스를 택하려면 다시 수암산을 올라야 한다..
수암산도 정상이라야 고작 2백 60m에 불과해 역시 쉽게 오를 수 있다.
이 산의 정상에는 수려한 기암군이 줄을 잇고 있다.
북쪽으로는 경지정리가 잘된 논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한가운데 윤봉길 의사의 생가가 이채롭다.
수암산의 막바지봉을 타고 내려오면 덕산벌에서 솟구치는 온천물이 등산에 지친 산객을 반긴다.
귀로에 시간이 남으면 이 온천에서 수덕사로 가는 5백여m 길옆에 있는 윤봉길 의사의 생가와 충의사를 들러볼 수도 있다.

<5시간이면 충분>
이렇듯 용봉산 입구의 용봉국민학교에서 덕산온천까지 12km 등산에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 5시간 정도.
미륵암→용봉산→마애석불→북부능성→수암산→덕산온천 코스와 달리 등산코스는 또 하나가 있다.
미륵암에서 용봉산 정상을 거쳐 북부능선·마애석불·용봉사로 하산하는 코스인데 2시간정도 걸린다.
하산 후 곧바로 덕산온천에서 여장을 풀 수 있으나 숙소가 여의치 않으면 도고나 온양온천에서 1박할 수 있다.
용봉산 주변에는 수덕사가 있고 온양에는 현충사가 있어 자녀들의 학술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 온양에서 24km인 거대한 인공호수 아산호에서 농어·우럭·소라·낙지 등 각종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고 인근에 김대건 신부의 생가도 있어 여로의 묘미를 한층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편=서울 용산 터미널에서 20분 간격(07∼19:30)으로 운행하는 홍성행 직행버스를 이용, 요금 2천 3백 60원, 2시간 30분 소요.
홍성에서 하루 6회 운행하는 봉신행 경유 수덕사행 버스를 이용, 상하리 용봉국교 앞에서 하차, 1백 50원. 택시 3천원.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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