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불우이웃…세밑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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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연말연시를 맞는 수용시설의 고아·무의탁 노인과 불우한 이웃이 찾는 사람의 발길이 끊인 채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고아원·양로원 등 보호수용시설에는 각 사회단체나 기업·독지가들의 성금과 위문품이 줄을 잇고 위문행사 등 온정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나 올해는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2백 79개 고아·영아원에 수용된 2만 6천여명의 어린이와 무의탁노인 5천 6백여명, 영세민 등 불우이웃들은 세밑추위를 어느 때보다 더한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보내고있다.
이는 온 국민이 정치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화 추세에 따라 지금까지 반강제성을 띠었던 당국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모금도 올해부터는 자율에 맡겨진데다 지난 1일부터 전국 신문·방송사를 통해 시작된 모금에 관심을 나타내는 단체가 없고, 5공의 「일해」 「새세대」등으로 성금 기탁자가 죄인취급을 받게되면서 「불우이웃에 대한 선심도 잘못되면 손해본다」는 풍조로 번져 무관심 현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아원=고아 1백 67명이 수용된 서울 SOS어린이마을(서울 신월3동)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1월 중순부터 개인·단체·관공서 등에서 온정의 발길이 이어져 연말까지 58곳에서 찾아왔으나 올해는 양평동 영은교회 고등부 학생들과 양천구 치과의사회를 빼곤 찾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서울 홍제1동 송죽원도 연말성금이나 성품은커녕 원생들을 찾겠다는 문의전화 한 통 없는 실정이다.
SOS마을 원장 김연호씨(51)는 『최근 들어 청문회 등 정치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이웃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것 같다』며 따뜻한 손길을 아쉬워했다.
◇양로원=노인 96명이 수용된 천사종합복지원(서울 신월3동)도 지난달 18일부터 지금까지 김포교회 등에서 위문방문이 있었으나 성금·성품이 줄을 잇던 예년과는 달리 쓸쓸한 연말을 맞고있다.
노인 1백여명이 수용된 서울 구기동 청운양로원은 단 한 차례의 위문객도 찾아오지 않았다.
천사종합복지원 총무 김윤이씨(58)는 『지난해와 달리 관공서의 선심위문마저 없어 수용자들의 표정은 쓸쓸하기만 하다』며 『위문성금에 크게 의존해온 겨울 연료비가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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