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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 실업야구 일본에 5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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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박병호가 위기의 한국 야구를 구해냈다. 1루수로 출전한 박병호는 2회 말 2사 주자 2루에서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박병호(왼쪽)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환호하는 선수들. [자카르타=연합뉴스]

박병호가 위기의 한국 야구를 구해냈다. 1루수로 출전한 박병호는 2회 말 2사 주자 2루에서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박병호(왼쪽)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환호하는 선수들. [자카르타=연합뉴스]

‘딱’하는 타구음과 동시에 1루수 박병호(32·넥센)가 몸을 날렸다. 그라운드에 맞고 높게 튀어 오른 공을 박병호가 왼팔을 쭉 뻗어 낚아챘다. 호수비 하나가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를 건져냈다.

한국 5-1 일본 #선발 최원태 흔들, 초반부터 위기 #박병호, 호수비에 3안타로 반전 #황재균은 3경기 연속 홈런 행진 #오늘 중국전 … 이기면 결승 진출

한국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수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5-1로 승리했다. 한국은 31일 열리는 수퍼라운드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결승 진출을 확정한다. 한국의 결승 상대는 대만 또는 일본이다. 31일 열리는 대만-일본전 결과에 따라 상대가 바뀔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 졌다면 한국은 결승전이 아닌 동메달 결정전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을 발휘했다. 0-0으로 맞선 2회 말 2사 2루에서 일본의 마츠모토 모모타로가 친 공을 박병호가 호수비로 잡아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1회 초 삼진 2개를 잡으며 호투한 선발 투수 최원태(넥센)는 2회 들어 제구가 흔들렸다. 일본에 선제점을 내줬다면 한국은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 [연합뉴스]

박병호. [연합뉴스]

하지만 박병호의 호수비가 일본 쪽으로 흐를 수 있던 분위기를 바꿔놨다. 곧바로 이어진 3회 초 공격에서 김하성(넥센)이 좌월 솔로 홈런으로 포문을 열였다. 다음 타자 박병호도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은 4회 말 황재균(KT)의 솔로포로 한 점 더 달아났다. 황재균은 인도네시아(2개)와 홍콩(1개)전에 이어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한국은 5회 말 양의지의 적시타와 손아섭의 내야 땅볼로 2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최원태에 이어 3회부터 이용찬(두산)이 등판했다. 몸을 제대로 풀 새도 없이 등판한 이용찬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잘 막았다. 최충연(1과 3분의 1이닝)-함덕주(2이닝)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함덕주(두산)는 5-1로 앞선 8회 말 1사 1·3루에서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졸전을 펼쳤다. 한국은 실업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대만과 달리 프로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2주간 프로야구를 중단했다. 하지만 한 수 아래인 상대 팀에 대한 전력 분석이 부실했다. 대만과 1차전에선 실업야구 투수 3명을 공략 못 해 1-2로 졌다. 약체 인도네시아(15-0)와 홍콩(21-3)을 크게 눌렀지만, 내용은 말끔하지 못했다.

선수단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27일 인도네시아전을 앞두고 김하성·오지환(LG)·정우람(한화)이 장염 증세로 결장했다. 3루수 황재균이 2011년 이후 7년 만에 공식 경기에서 유격수로 나서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일전에선 눈빛부터 달랐다.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아시안게임 3연패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조별 리그에서 부진했던 4번 타자 박병호가 깨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박병호는 이날 솔로홈런 포함,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박병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년 간 뛰다 올해 KBO리그로 돌아와 33홈런(공동 2위)을 기록 중이다. 선동열 감독은 일찌감치 박병호를 4번 타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중요했던 대만전에서 그는 침묵을 지켰다. 28일 홍콩전에서 9회 솔로 홈런으로 타격감을 조율하더니 일본전에서 드디어 제 몫을 했다.

김하성과 이정후(넥센)의 활약도 돋보였다. 장염으로 고생했던 김하성은 이날 선제 홈런을 터뜨렸고, 선두 타자 이정후도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한국이 우승할 경우 김하성·이정후 등 군 미필 선수 9명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다. 이날 경기에선 선발투수 최원태와 박병호·김하성·이정후 등 넥센 선수 4명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하성은 “(박)병호형의 다이빙 캐치 이후 선수들이 상승세를 탔다”며 “어릴 때부터 일본전엔 자신감이 있었다. 결승에서 대만을 다시 만나서 설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대표팀은 팬들의 지지 대신 비난을 받으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일부 팬들은 선수 선발에 불만을 나타내며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팬들의 비난은 고스란히 선수들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대만전 패배와 홍콩전 졸전으로 나타났다.

박병호는 “그동안 선수들이 부담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며 “대만에 진 뒤 나부터 반성을 했다. 경기 전 선수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했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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