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시위 봉쇄했더니 옆 마을 본정리 '난리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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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위대 4000여 명이 14일 오후 대추리로 진입하려다 팽성읍 본정리에서 경찰 저지에 막히자 왕복 2차로 도로를 점거한 채 대치하고 있다. 평택=박종근 기자

본정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모습을 전.의경 부모가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경기도 평택에서 범대위 주최로 열린 '군부대 철수, 평화농사 실현 범국민대회'는 정작 주민들은 간곳없고 '주한미군 철수' 등을 외치는 4000여 명의 외지 시위대가 판을 친 집회였다.

2만여 명의 경찰이 동원돼 시위대의 미군기지 확장지역 침투와 폭력충돌은 막아냈지만 주말 평택 팽성읍 일대는 대규모 시위대가 휩쓸고 다녀 큰 몸살을 앓았다.

이날 시위는 오후 4시30분쯤 대추리 인근 본정리 일대의 시위대 본대가 해산되면서 종료됐다.

◆ 날벼락 맞은 대추리 인근 마을="마을에서 이 난리를 치면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평택 미군기지 부근 본정리 500여 주민은 14일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었다. 난데없이 마을을 덮친 시위대가 하루종일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조용한 시골동네가 난장판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대추리.도두리 등이 철조망과 경찰력으로 철저히 봉쇄되자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본정리로 집결했다. 조그마한 마을에 4000여 명이 들이닥치자 평택시내행 버스노선이 모두 끊기고 차를 몰고 나갈 수도 없었다.

주민 이모(62)씨는 "장조카의 결혼식에도 가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하루종일 들려오는 시위대의 확성기 소리 때문에 집에서도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주민 김길수(48.서광빌라)씨는 "시위대가 '물 좀 달라' '화장실을 빌려달라'며 잇따라 초인종을 눌러댔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마을 일대에는 시위대가 버린 음식물 찌꺼기가 악취를 풍기며 수북이 남겨졌다. 마을이 생긴 이래 가장 많았던 불청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주민들은 하나 둘 집 밖으로 나와 시위대가 남긴 쓰레기 등을 치우느라 바빴다.

◆ 전국에서 원정 시위=전날 서울 홍익대에서 철야한 한총련.민노총 소속 1000여 명은 이날 오전 6시쯤 본정리 진입로를 통해 기지 확장지역 진출을 시도했다.

4일 행정대집행 당시 죽봉.쇠파이프로 무장했던 것과 달리 맨몸으로 나온 시위대는 경찰에 맞서 스크럼을 짜고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철조망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도 산발적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방패로 밀어내며 '군사보호시설에 대한 접근은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문을 헬기로 살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대가 불어나 오후 2시쯤에는 4000여 명이 본정리 진입로에 집결했다. 이 중에는 대구.경남.충남 등 타지역에서도 전세버스를 이용, 500여 명이 합류했으며 천영세.단병호 민노당 의원과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가 한총련 1200여 명, 민노총 1800여 명, 민노당 600여 명, 전교조 100여 명 등이라고 밝혔다.

문정현 범대위 상임공동대표와 민노당 의원 등 100여 명은 낮 12시쯤부터 대추리 평화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연 뒤 일부는 본정리 방면의 시위대와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다 도두리 마을 입구에서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시위대는 오후 4시부터 본정 삼거리에서 정리집회를 연 뒤 참가단체별로 해산하기 시작했다. 이날 시위에서 경찰 2명, 시위대 3명 등 5명이 부상했고 3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평택=정영진.박성우 기자 <chu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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