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는 것도 유전적 영향 크다 … 뇌 찍어보니 우측 전두엽 얇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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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비만은 유전적으로 뇌의 구조 및 정신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사고방식으로 인해 비만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적응력·참을성 낮아 과식 #“인지훈련, 식이요법과 함께해야”

비만은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몬트리올병원 신경연구소 연구진은 28일(현지시간) ‘비만과 뇌, 그리고 유전자의 관련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를 이용해 1200명의 뇌 구조를 분석함과 동시에 인지검사 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비만인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BMI가 높을수록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인지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과 보다 큰 성과를 위해 충동과 감정을 통제하는 ‘만족지연능력(ability to delay gratification)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간 인지능(visuospatial ability)과 언어적 기억력(verbal memory) 역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기능 저하는 뇌 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MRI 등을 통해 연구한 결과 BMI가 높은 사람들은 왼쪽 전두엽 피질이 두껍고 오른쪽 전두엽 피질은 상대적으로 얇은 특성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우측 전두엽 피질 손상이 과식을 유발한다는 선행연구를 인용해 이런 뇌의 구조적 특징과 비만이 관련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란성·일란성 쌍둥이를 비롯한 이들의 형제자매에 대해 통계적 연구를 진행하고 “비만 역시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유전자로 인한 뇌의 인지적·신경학적 특징과 비만을 유발하는 행동이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유전적 요인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며 유전자가 뇌 구조와 인지 기능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신경심리연구원의 우쿠 바이니크 교수는 “기존의 비만 치료는 식이요법에만 초점을 맞춰 왔지만 이번 연구로 유전자에서 비롯된 신경행동학적 요인이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런 요인을 인정하고 식이요법과 동시에 인지훈련을 병행하는 등 신경활동과 관련된 요소들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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