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직원들 “최저임금 인상 뒤 청와대와 마찰 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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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소득통계 표본 논란 속에서 갑자기 경질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8월 28일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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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할 만한 지시를 내린 적이 결코 없다”며 “어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인사는 필요한 것이며, 특정 이슈 때문에 특정인을 콕 집어서 인사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어떤 의도를 깔고 통계청장을 교체한 것이 아닌 정례적인 인사라는 의미다.

황수경 청장 경질 두고 논란 확산 #통계청선 “청와대 외압 없었다” #야당 “이제 정부 발표 누가 믿겠나” #임종석 “개입 흔적 땐 책임질 것”

또 황 전 청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그렇게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김 대변인은 “그건 그분의 생각”이라며 “역대 차관급 인사들의 평균 임기가 그렇게 길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통계청 내부에서는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통계청 간 지표 해석을 놓고 이견이 많았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 노조와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부터 관련 지표에 대한 분석 범위와 수치에 대한 해석을 두고 청와대와 통계청 간의 논쟁이 적지 않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와대는 이렇게 보는데, 통계청은 왜 다르게 보느냐는 시각 차이가 있었다”며 “(정책 효과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아지면서 이런 마찰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자료 외의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와 회의 참석 요구도 빈번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부 직원들이 통계의 중립성 훼손을 우려해 황 전 청장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며 “그러나 황 전 청장이 ‘청와대 입장에서는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식으로 다독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측은 “노조 게시판 등에서 문제 제기되고 있는 일들이 사실과는 달리 과장되게 알려지고 있다”며 “청와대로부터 외압은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취임한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도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특정해석을 염두에 둔 통계 생산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논란이 된 가계동향조사의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폐기는 아니고 더 유용한 방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 청장은 또 “저희가 생산하는 경제활동인구 분석 등이 최저임금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보완을 시사했다.

야당은 통계청장 경질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단순히 인사 문제를 넘어 파급효과가 심각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를 어느 국민이 믿을 수가 있단 말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가) 통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개입한 흔적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손해용·한영익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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