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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강화군 황산도 주민들|주름살만 늘린 〃어촌 관광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바닷가 낙후지역을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어민소득증대를 꾀한다는 명목아래 추진중인 경기도 강화군 길상면 초지「황산도 관광어촌 개발사업」이 오히려 주민들의 주름살만 깊게 만들어놓고 있다. 조용한 어촌이 관계당국의 거창한 구상으로 어민들은 부채만 잔뜩 짊어진 채 생계의 젖줄인 어로작업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일부 전·현직공무원들이 부동산투기까지 조성해 어민들의 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민-관계기관-업자간 빚어지고 있는 극심한 반목의 파고(파고)가 금방이라도 고요한 황산도 마을을 덮칠듯하다.
관광어촌개발
강화군은 86년 초 ▲어촌의 천연자원을 개발하여 건전한 여가선용의 장소로 제공하고 ▲낙후지역의 균형발전과 소득증대를 위한다며 이 사업을 착안했다.
군은 이를 도에 건의해 86년도 경기도 특색사업으로 지정했으며 창안부문 3등에 입상, 동상까지 받았다.
도는 이에 따라 이곳이 서울에서 73㎞떨어진 90분 거리인 강화의 각종 유적지와 더불어 관광자원화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 당초 강화군에서 착안했던 개발내용을 훨씬 벗어나 화려한(?)대규모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에 도비3억1천5백만 원, 민자 43억3천3백만 원 등 46억4천8백만 원을 투입키로 하고 86년 4월 사업에 착수, 급수시설·진입로포장·주택개량을 마무리해놓은 상태.
당국은 당초 금년 말까지 이 사업을 모두 끝낼 3개년 계획으로 추진했으나 공유수면매립공사가 올 4월에야 허가 나고 8월 들어 착공, 민자업자로 선정된 삼정개발(대표 양재형)이 요즘 한창 매립공사 중이다.

<주민부채 누증>
군 관계공무원의 반 강요에 못 이겨 미화작업에 마지못해 나선 어민들은 26가구가 가구 당 4백만 원씩 보조금을 지원 받아 주택을 신축했다.
그러나 어민 대부분이 자기 땅을 갖고있지 못해 공무원들의 약속과는 달리 주택은행으로부터 주택신축에 따른 융자금5백만 원을 받지 못하게 돼버려 가뜩이나 영세한 어민들은 사채까지 안게된 셈.
어민들은 군 보조금에다 은행융자까지 받으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새집을 짓게 되고 당국의 사업에도 호응하는 일석이조 격 이어서 처음엔 극구 반대했다가 융자알선을 꼭해주겠다는 군 직원들의 설득에 호응했다는 것.
이에 87년6월 15년 만기 짜리 주택부금(월1만3천6백원불입)을 들고 그해 8월 주택신축에 나서 5개월만에 새집을 모두 지었다.
어민들은 6회 불입후면 은행융자금이 나올 줄 알고 있었으나 지난 1월 은행측으로부터 불가 통고를 받은 것.
건축주와 대지주가 다르고 착공 전에 융자신청 해야함에도 준공 후 신청했기 때문. 잔뜩 빚만 지게됐다는 어민들의 호소는 아무 소용없게 된 것.
조은열씨(53)는 건축비를 갚느라 고기잡이로 겨우 마련했던 7식구의 논 9백 평을 몽땅 팔았고 고모(46)·강모(53)씨는 신용금고에 지상 물만 담보하고 매월 이자만 8만원씩 인천까지 가서 불입해오다 최근엔 그 마저 갚질 못해 소송계류 중.
홍모씨(37)는 집을 지어 놓고도 은행융자가 안나와 건축비를 주지 못해 입주도 못하고 안타까와하고 있는 등 어민들은 한결같이 마음 편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형편이다.

<어로작업 불편>
황산도는「뭍 황산도」와「섬 황산도」로 이뤄져 천혜의 선착장 및 어항을 갖춘 곳.
지난 85년 군에서 두 섬을 연륙시키면서 어민들은 교통에도 큰 도움을 입게됐고 자연 선착장이 조성돼 선박계류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어촌이 됐다.
그러나 지난8월 황산도 일대 15만2천4백75평방m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받은 삼정개발이 매립에 착수하면서부터 어민들은 수십 년간 활용해온 선착장을 잃을 지경에 놓인 것.
어민들은 선착장일대 매립으로 어선 50여 척을 제대로 정박시킬 수 없고 5백여m 떨어진 곳에다 배를 대야하는데 바람막이시설이 안돼 24시간 배를 지켜야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시공업자 측은 영세어민들의 생업을 무시한 채 어선과 어구를 멋대로 산으로 끌어 올려놓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
주민 이석진씨(41)는『30마력 짜리 조그만 동력선으로 실뱀장어·숭어·새우등을 잡아 생계를 겨우 꾸려오고 있는데 선착장을 잃게돼 조업불편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군 당국이 영세어민들을 보호하지 않고 허울좋은 어촌개발이란 구실아래 사업을 밀어붙였다고 원망하고 있다.
어민 홍종일씨(37)는 황산도 하류에서 건강망으로 어류를 잡아오고 있으나 매립사업에 따라 고기가 사라져 어장을 잃게 됐다고.
홍씨는『특히 어업권을 가진 어민이 엄연히 있는데 당국은 매립면허를 내주면서 일체 동의한번 구한 적이 없다』며『적정한 어업권 보상을 하루빨리 해주어야 마땅하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투기>
황산도는 강화전적지 초지진에서 서해 쪽으로 1㎞쯤 떨어진 곳으로「뭍 황산도」와「섬 황산도」(10만여 평)가 85년 길이 5백여m 축대로 연륙되면서 공무원들과 지역유지들의 개발유도에 관심을 끌었다.
이에 땅 값이 치솟기 시작, 황산도의 임야는 사업착수전인 86년1월 평당1만원을 호가, 이제는 평당 10배가 넘는 10만원을 웃도는 금싸라기 땅이 됐다.
주민 최경록씨(41)는 『86년 봄「섬 황산도」의 임야와 밭6천7백 평을 평당5천 원씩에 당시 부면장 김모씨(57)에게 시세보다 2배 높은 줄 알고 팔아 넘기자 마자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땅값이 다락같이 올랐다』고 아쉬워했다.
현직 경찰관들조차「섬 황산도」의 간척지 3천여 평을 사들였다는 소문.
이에 대해 이병훈 수산과장(50)은『어민들의 주장과 요구에 무리가 많다』며『그러나 시공회사 측과 중재해 원만한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화=김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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