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 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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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회사원인 이모 씨(35)는 비교적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이어서 회사에서 매우 인정받는 편이다. 그러나 성격이 모질지 못해 상사의 부당한 처사에 당당히 맞서거나 요구할 사항도 말을 못하고 속으로 삭이기 일쑤고 부하조차도 마음대로 부리거나 싫은 소리를 못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해 왔는데 2년 전부터는 술을 마신 다음날에 설사가 나타나곤 하였으나 젊음과 건강을 믿고 무관심하게 지내 왔다.
그러나 요즘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외식을 하면 기분 나쁠 정도로 배가 아프면서 자주 묽은 변이 며칠씩 계속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아랫배가 아파 변소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아침에 변을 두 번씩이나 보고 나서야 회사에 가게 되고 회사에서도 대개는 식사 후에 대변을 볼 때가 많아 하루에 3∼4회나 변을 보게 되니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것은 물론 체력이 떨어지고 의욕도 줄었다. 무엇보다 퇴근후의 사교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참다못해 이씨는 수 차례 병원에 가서 진찰한 결과 과민성 대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이에 대한 치료를 받았으나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얼마 후에는 증세가 다시 재발해서 견디다 못해 우리 병원에 와서 증세를 호소했다.
만일 이전의 다른 법원에서 받은 검사가 정확하였다면 이씨는 장의 운동이상으로 발생하는 대강증후군일 것으로 생각되어 정밀 진단한 결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밝혀졌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가장 흔한 외 장관 질환의 하나로 위장의 이상증세를 주로하여 병원(내과)을 찾아오는 사람의 20%에 이르고 있다.
장에 염증·암 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장의 기능 이상으로 오기 때문에 그 자체가 암처럼 심각한 것은 아니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일으키고 정신적인 불안을 초래하므로 적절한 치료를 필요로 한다.
증상은 주로 배가 아프거나 헛배가 부르고 설사와 변비를 특징으로 하는데 3가지형이 있다.
즉 변비와 복통을 나타내는 형은 심한 변비 계속되면 자주 아랫배가 아픈 것이 특징이다. 잘 때는 복통을 느끼지 못하나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아프고 어떤 때 심하여 일을 못할 정도다. 이런 복통은 배를 따뜻하게 하거나 방귀·대변을 보면 없어지는 때가 많다. 이런 경우 때로 속이 쓰리고 어지럼증이 같이 나타날 때도 있다.
다음은 이씨와 같이 설사를 자주 하는 형으로 보통 아침 기상 후 혹은 조반 후에 1∼4회나 묽은 변을 보며 설사대신 연필 모양의 가는 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대변 후에는 변보고 싶은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형은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복통이나 대변이상 증세는 장암이나 만성장염 등에서도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히 검사한 후 해당되는 치료를 해야한다.
전문을 요하는 약물치료로 증세가 완화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자가치료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침에 배가 아플 때는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큰 효과가 있고 배에 가스가 잘 생기는 음식(우유·과일·김치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변비가 심할 때는 식물성섬유가 많은 거친 음식을 들도록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안정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 잡념 없이 그때 그때하고 있는 일에만 열중하고 직장의 일을 가정에까지 연속시키지 말도록 하는 점등이다. <현진해(고대 혜화 병원 내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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