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전면 보류” 발표 다음날 지리산행,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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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박2일간의 여름휴가를 떠났다. 27일 일과를 마친 뒤 지리산으로 향했다. 박 시장은 28일 새벽부터 29일까지 참모진과 함께 지리산 종주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박 시장은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었지만 한 달간 삼양동에서 옥탑방살이를 하면서 미뤄졌다”고 말했다. 이미 예정된 휴가란 얘기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여의도·용산 개발 전면 보류” 발표한 다음날 휴가를 떠나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러 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여의도 용산 마스터플랜 보류"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여의도 용산 마스터플랜 보류"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실제 박 시장은 정치적으로 ‘결정적 순간’에 지리산을 찾았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결심을 굳히기 전에 지리산을 종주했다. 지난해 2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에도 지리산에 다녀왔다. 당시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워진 마음 속에 초심을 차곡차곡 쌓아 가겠다”며 서울시정에 다시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등산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2월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지리산을 찾은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지난해 2월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지리산을 찾은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휴가 하루 전인 26일 박 시장은 “여의도· 용산 개발 계획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택시장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여 깊이 우려 된다”, “(집값 안정화에 나선) 정부 입장에 동의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각선 “복잡한 속내 방증 아니냐” 분석 #서울시, “이미 예정된 휴가, 연관성 없다” #보선 출마 전, 대선 불출마 직후도 찾아

이 발표가 나오자 정가와 관가에서는 “여권 내 유력 대선후보인 박 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리산행을 놓고 “복잡한 머릿속을 달래기 위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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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26일 이번 발표와 지리산행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도 “박 시장이 산을 오르며 머리를 비우고, 생각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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