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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릭’에 태양광 패널 박살? 강풍보다 겁나는 건 산사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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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2일 경북 청도군 한 야산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이 시설은 지난달 산사태로 무너졌으나 복구가 미뤄지다가 태풍 ‘솔릭’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복구가 진행됐다. [뉴스1]

22일 경북 청도군 한 야산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이 시설은 지난달 산사태로 무너졌으나 복구가 미뤄지다가 태풍 ‘솔릭’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복구가 진행됐다. [뉴스1]

태풍 ‘솔릭’이 상륙을 앞둔 지난 23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강풍에 태양광 패널이 날아가거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내용도 회의 안건에 포함됐다.

태양광·풍력발전 시설 태풍 영향은 #패널, 초속 50m 바람도 견디지만 #비탈에 부실시공 많아 붕괴 우려 #풍력발전기 초속 25m 넘으면 멈춰 #날개 파손 땐 이익커녕 수리비 폭탄

이 시기 인터넷에는 괴담이 퍼졌다. 솔릭이 한반도를 덮치면 강풍에 태양광 패널이 모두 날아갈 것이라는 ‘태양광 올킬’설과 대신 풍력발전기는 전력 생산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풍력 대박’설이었다.

솔릭 이후, 이들 괴담은 얼마나 들어맞았을까. 우선 태양광의 경우 제주 지역의 한 주택 옥상에 설치된 발전시설이 바람에 넘어간 것 외에는 큰 피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바람이 약해진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솔릭은 초속 62m로 제주 지역에 접근했으나 세력이 급속히 약해지면서 풍속이 초속 35m까지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은 보통 초속 50m의 풍하중(바람 무게)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 양오봉(56)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패널은 강화유리로 만들어지는데다 태풍뿐 아니라 우박·돌이 떨어지는 경우 등 다양한 테스트를 받는다”며 “태양광 발전시설이 강풍에 날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시중에 나오는 태양광 패널은 이 같은 테스트를 거쳐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정한 외부 인증 기관이나 국제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2003년 큰 피해를 남긴 태풍 ‘매미’의 최대 풍속도 초속 40m였다.

다만 태양광 발전시설이 대부분 산비탈을 깎아 비스듬하게 설치한다는 점에서 바람보다는 산사태 등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보통 땅에 콘크리트 기초를 바르고, 그 위에 철제 기둥을 세운다. 그리고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를 설치한다. 이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위해 펄린(purlin·지붕 받치는 도리)이라는 부재를 댄다. 그 위에 패널을 설치한다. 하지만 최근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큰 나사못을 돌려 땅에 박고 기둥을 설치하는 ‘앵커’ 방식도 자주 이용된다. 토목공학 석사와 에너지공학 박사인 이종조(49) ‘금강ENG’ 대표는 “밭에 지은 집과 산에 지은 집이 (지반이) 다르듯이 태양광 패널도 일반 건축물과 똑같다”며 “태양광 패널이 취약하다기보다는 설치 방법이나 기술에 따라 무너질 위험이 높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3일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이 파손된 경북 청도군 한 야산의 경우 피해 원인이 바람이 아닌 산사태였다.

태풍으로 강풍이 불면 풍력발전은 대박이 날 것 같지만 그것도 사실과 다르다. 풍력발전기는 초속 25m의 바람만 불어도 자동으로 멈춘다. 강원도 경제진흥국 정종춘 신재생에너지 담당은 “평창 대관령 등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초속 4m 바람에 가동을 시작해 초속 25m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건 강한 바람에 자칫 블레이드(날개)가 파손될 수 있어서다. 풍력발전기는 대개 길이 50m짜리 날개를 3개 달고 있는데, 날개 하나의 무게는 약 10t이다. 윈드타워(지지 탑) 하나가 30t의 무게를 떠받들고 있다. 문제는 강한 바람이 지속해서 불면 날개나 윈드타워가 꺾일 수 있다. 산간 지방에서 거대한 풍력 날개를 분리해 수리하거나, 윈드타워까지 손보려면 비용을 수백~수천만원까지 들여야 한다. 발전으로 얻는 이익보다 수리비가 훨씬 더 많이 든다는 얘기다.

실제 2016년 10월 태풍 ‘차바’가 상륙했을 때 제주도에 있는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꺾인 사례가 있다. 정 담당은 “풍력발전기는 초속 60m까지 버틸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손상을 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면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방향으로 날개가 접힌다”고 설명했다.

전주·평창=김준희·박진호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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