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빈손귀환? 왜 가나" 폼페이오 면전서 방북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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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북 취소 막전막후, 북미관계 대전환 신호탄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작스런 '폼페이오 방북 취소' 결정은 '한반도 허니문 종료'의 신호탄일까, 트럼프의 '변덕 전술'에 불과할까. '폼페이오 4차 방북' 발표 하루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 워싱턴의 외교소식통과 미 언론들의 분석을 종합해 그 막전막후를 추적해 본다.

4차 방북 공식 발표 하루만에 뒤집기 당한 폼페이오엔 타격 #"북한 비핵화 구체 조치 취했다"->"충분한 진전 어렵다" 전환 #트럼프, "중국이 정치적 응징" 발끈, NYT,"문제 더 복잡해질 뿐" #종전선언 입장 불일치, 탄핵 위기 속 '더 큰 악재' 피하기 분석도

24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캡처]

24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캡처]

◇번복 10분 전까지 동맹국에 '폼페이오 방북 설명'= 전날 "다음주에 북한을 간다"고 공식 발표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앤드류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백악관 웨스트윙으로 들어간 건 24일(현지시간) 오전 11시경. 북한 출발 사흘가량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그동안의 대북 협상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 전날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도 동석했다.

폼페이오로부터 "지난주 판문점 협상(해리 해리스 주한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에서 볼 때 북한이 (폼페이오의 4차 방북 시) 핵시설 리스트를 건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보고를 듣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빈 손으로 올 것 같으면 가지 마라"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일했던 고위 관리를 인용, "비건 대표가 '지금은 폼페이오가 평양을 방문할 때가 아니다'고 트럼프를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출장에서 막 워싱턴에 도착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스피커폰으로 연결해 최종 입장을 조율했다. 볼턴의 생각도 '취소'쪽이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오후 1시36분부터 폼페이오가 보는 앞에서 세차례의 트위터를 통해 방북 취소 사실을 공표했다. CNN은 고위 외교소식통을 인용, "트위터가 나오기 불과 10분전에도 국무부는 동맹국 (주미)대사관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목적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불과 25시간 전 기자회견을 열고 방북을 공식 발표했던 폼페이오 장관 및 미 국무부로선 완전 스타일을 구긴 셈이 됐다.

◇우려했던 트럼프의 '대북 유화제스처 뒤집기' 시작됐나=트럼프 대통령은 방북 번복 하루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했다고 믿는다"(폭스뉴스 인터뷰)고 강조했다. 자신의 결단 때문에 북한의 핵이 더 이상 미국에게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의 북한 평가는 이처럼 늘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폼페이오 방북 번복을 하면서는 "북한 비핵화에 우리가 충분한 진전을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발언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비건의 전임자였던 조셉 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트럼프의 트윗은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있던 것, 즉 '비핵화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뒤늦게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폼페이오 국무장관,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전화로 합류했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폼페이오 국무장관,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전화로 합류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폼페이오가 빈 손으로 돌아온다면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너무 수치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현재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어 더 이상 숨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번복을 계기로) 문제를 김 위원장과 중국의 책임으로 몰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워싱턴 외교가에선 그동안 트럼프의 대북 스탠스 전환 타이밍을 놓고 '노동절(9월 3일)'과 '연말'을 주장하는 측이 있었다. 다만 "중간선거(11월 6일)을 앞두고 트럼프가 스스로 '북한과의 협상이 성공했다'고 한 기존 입장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연말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4일의 방북 번복으로 '노동절' 예측이 결과적으로 맞았다.

◇트럼프의 '중국 탓' 주장, 득인가 실인가= 트럼프는 방북 취소의 이유로 '북한 비핵화 진전 불충분' 외에 '중국의 비협조'를 들며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뒤 가까운 미래에 폼페이오가 북한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중 밀월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은 지난 6월 19일 베이징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은 지난 6월 19일 베이징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노동신문]

실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중국에 완전히 질렸다(totally fed up)"는 말을 하며 중국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한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는 트럼프 입장에선 중국이 트럼프의 표밭인 주의 주요 농산물에 대해 거액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정치적 응징'이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대중 무역 해결 뒤 방북'발언으로 북미 대화가 더욱 멀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이른 시일 내에 끝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며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비협조적인 상황 또한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가 북한과 미중 무역을 연관시킨 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할 수 있다"며 "트럼프 스스로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는 데 높은 장벽을 세우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 결정에 따라 미국과 북한, 중국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 결정에 따라 미국과 북한, 중국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번복' 배경에 '종전 선언' 갈등 있었나=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번 결정은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백악관'의 욕구(desire)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 애틀란틱'은 "이번에 폼페이오가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핵시설 리스트 공개-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돌파구를 마련해 (북한에) 가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북 취소 결정은 북한이 이 돌파구를 지킬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미국 측의 자신감이 없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 1일 평양에서 만나 환하게 웃는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 1일 평양에서 만나 환하게 웃는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세이모어 조정관도 "지난 3차 폼페이오 방북에서 미국이 제시한 제안이 거절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로운 제안(종전선언)을 들고 가야만 했다"며 "그러나 종전선언 문제는 미 정치권 내에서도 매우 논란이 많은 사안이라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 선대본부장과 개인변호사의 유죄로 탄핵의 위기에 처한 트럼프가 '더 나쁜 뉴스'가 나올 것을 두려워했다"(뉴아메리카재단 수전 디마지오 국장), "과거 정상회담 취소 뒤 다시 만났던 전술의 재사용, 혹은 북한과 외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일 수 있다"(마이클 푹스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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