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투자 어떻게 할까' 가입자에 교육 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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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13)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다. [사진 pixabay]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다. [사진 pixabay]

지난해 7월 퇴직연금제도 개편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을 공무원, 군인, 사학 연금 가입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소득이 있는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모 정부부처 고위공무원이 전화를 했다. “이번에 세제 혜택을 주는 IRP에 가입했다. 투자를 어떻게 하면 좋은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할 수밖에 없다. 우선 나는 자산운용에 관해 훈수는 할 수 있지만 펀드매니저와 같이 말에 책임질 정도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냉정하게 모른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회사가 보유한 퇴직연금 관련 정보를 알려 주거나 예전에 분석한 펀드를 설명하는 것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이후 재차 물어 오거나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내심 투자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물어본 것이지 내가 말하는 대로 따라 할 마음이 애초에 없었을 수도 있다. 추측건대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자하지 않았나 싶다.

위와 같은 상황은 IRP를 둘러싸고 일반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햇수로 13년이 됐다. 나는 그동안 “퇴직연금의 키워드는 투자이고, 투자의 성공을 도와주기 위해 가입자 교육이 의무화돼 있다”고 외쳐왔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대안도 제시해 보았다.

가입자 교육은 법적 의무,그러나 책임은 안물어

가입자 교육만이 가입자를 보호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사진 pixabay]

가입자 교육만이 가입자를 보호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에서 처음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당시 선진국에서조차 유례를 찾기 힘든 가입자 교육을 기업의 법적 의무로 정했다. 그만큼 가입자 교육을 중시했던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가입자 교육만이 가입자를 보호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걸 말해준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가입자 교육은 1차적 교육 책임이 있는 기업은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한 법을 핑계로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가입자 교육을 위탁받은 사업자는 위탁한 기업이나 가입자의 협조가 없어 가입자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이메일이나 서면 교육으로 대신한다는 하소연이다.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는 한 번도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의 부실에 따른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지금처럼 가입자 교육이 방치된다면 그렇게 비판을 받는 퇴직연금의 운용부실 문제를 해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퇴직연금 가입자는 교육을 통해 퇴직연금제도가 투자를 근간으로 한다는 것과 가입자가 잘만 운용한다면 장기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퇴직연금 제도는 지난 13년간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이 중요한 가입자 교육에 대해 2012년 7월  고작 가입자 교육 내용을 조정하는 정도로 한번 손본 것이 전부다. 솔직히 가입자 교육 자체가 안되는 마당에 가입자 교육 내용을 손봤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성일 (주)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 ksi28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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