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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들리고 걸을 때 휘청대면 머리 속 종양 위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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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호 23면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가정주부인 이모씨(62)는 5년 전부터 전화 통화를 할 때 상대 말을 못 알아듣는 일이 점차 잦아지는 것을 느꼈다.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생각하고 별다른 검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5개월 전부터 주변 사람들이 걸을 때 휘청거리는 것 같다고 말하고 본인 역시 걸을 때 한쪽으로 몸이 쏠려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인근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받아보니 왼쪽 귀의 청력은 소실됐고,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좌측 숨골 주변에 큰 종양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여러 병원을 찾아가 상담했다. 그는 “종양이 커서 수술이 필요하긴 한데 수술의 위험도가 높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결국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경외과와 두개저외과팀이 협진 수술을 해 종양을 완전히 적출했고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별다른 합병증을 겪지 않고 있다. 최근엔 외국 여행도 계획 중이다.

두개골 바닥면 생기는 두개저 종양 #40세 이후 청력 떨어지면 의심을 #노화인 줄 알고 방치 땐 보행장애 #종양 커지기 전 떼어내면 완치

두개저 종양은 두개저(Skull base)에 발생한 다양한 종양을 의미한다. 두개저는 뇌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의 바닥면을 가리키는 용어다. 숨골로 불리는 뇌간을 포함해 주요한 뇌신경 및 혈관이 위치하는 중요한 부위다. 두개저에 발생하는 종양은 대체로 양성이지만 수술의 난이도는 매우 높으며, 종양의 위치에 따라 그 접근법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뇌종양은 전정신경초종. 이는 제 8뇌신경의 전정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세포에서 기원한 양성 종양이며 흔히 청신경초종으로도 불린다. 뇌종양의 6~8%를 차지하고, 95% 이상에서 편측성(한쪽으로만 발생)이나 제 2형 신경섬유종 환자와 같은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 양측성(양쪽 다 발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유럽과 미국 통계에 따르면 40세 이후의 성인 위주로 해마다 10만 명당 1.6~2.3명이 새롭게 발생하고 남녀 간 발생률은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정신경종양 환자 대부분은 당초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어지러움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증상이 만성적이고 심하지 않은 경우 뇌 영상을 촬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노화현상 혹은 다른 원인으로 생각하고 치료받으며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종양은 점차 커지게 돼 다른 신경계 구조물들을 압박하면서 증상이 심해진 뒤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종양으로 인해 삼차신경(제 5 뇌신경)이 압박되면 얼굴의 감각이 저하되거나 통증을 유발하게 되고, 하부 뇌신경(제 9,10,11 뇌신경)이 압박되면 삼킴 곤란 혹은 목소리 변화 등이 나타난다. 또한 청력이 점진적으로 저하돼 완전 소실될 수 있고, 소뇌·뇌간 압박으로 인해 보행장애 및 운동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뇌척수액 순환로를 막아 행동 이상, 의식 저하, 사지 강직 등 수두증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최초의 증상은 갑작스럽거나 서서히 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비인후과 질환인 돌발성 난청, 중이염, 메니에르병인지 우선 감별되어야 한다. 지속되는 어지러움, 보행장애 및 운동장애 등의 증상도 있다. 이럴 때 뇌경색 혹은 뇌혈관질환, 퇴행성 뇌질환인지 감별할 필요도 있다. 안면부 통증은 일차성 삼차신경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두개저 종양이 생긴 환자의 머리를 MRI로 위에서 촬영한 사진. 밝은 부분이 종양이며, 사진 윗쪽이 얼굴 부위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두개저 종양이 생긴 환자의 머리를 MRI로 위에서 촬영한 사진. 밝은 부분이 종양이며, 사진 윗쪽이 얼굴 부위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해당 질환에 대한 검사는 뇌 MRI(자기공명영상)가 가장 중요하다. 내이도(귓구멍 안쪽)에 국한된 매우 작은 종양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뇌 CT(전산화 단층촬영)로도 내이도의 확장과 달팽이관의 위치, 목정맥공(목 부위에서 정맥이 지나가는 구멍)의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진단에 필수적이지 않지만 청력검사로도 감각신경성 난청을 진단할 수 있다. 이밖에 치료를 받기 전에 전정기능 검사, 하부뇌신경 기능 검사, 뇌간 유발 전위 검사 등을 받을 수 있다.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요법과 수술적 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적 요법은 과거에는 넓은 범위의 방사선 치료가 시행됐으나 최근에는 국소종양 부위에 선택적으로 방사선을 쪼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방사선 수술의 치료성적은 매우 좋다. 크기가 크지 않은 경우 90% 이상의 종양을 억제하면서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크기가 큰 종양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요법은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 의사로 구성된 두개저외과에서 종양의 크기, 환자의 청력상태, 뇌간의 압박 정도, 환자의 나이·전신 상태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다. 구불정맥뒤 접근법, 경미로 접근법, 중두개와 접근법 등 세가지 방식 중 결정해 머리 속 종양을 제거한다.

또한 크기가 매우 작고 증상은 없으나 우연히 발견된 종양인 경우이거나 치료로 인한 위험성이 매우 큰 경우에는 일정 주기로 MRI 영상을 반복촬영하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외국의 보고에 따르면 크기가 작은 종양의 경우 40%가량에서 추적관찰 기간 동안 크기가 커져 15%가량에서 결국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종양으로 인한 증상이 새로 나타날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전정신경초종은 양성종양이므로 완전 적출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특히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적 절제 혹은 적절한 시기에 방사선 수술을 시행한 경우 합병증이 적고 예후가 매우 좋다. 그러나 크기가 크고 증상이 심한 경우 일차적으로는 수술을 시행한 후 잔여 종양이나 재발 등에 대해 방사선 수술을 추가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뇌종양 영역에서도 매우 난이도가 높은 두개저 수술에 해당한다. 각 환자의 상황에 맞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비수술적 혹은 수술적 요법 중 적절한 치료법을 하는 등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한 관련 전문과목 의사들로 구성된 치료팀 (신경외과·이비인후과·방사선수술 전문의·영상의학과 등)을 운영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줄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전정신경종양 등 매우 중증의 두개저 질환에 대한 최적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은 물론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설호준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센터(신경외과) 교수

설호준 /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센터(신경외과) 교수

설호준 /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센터(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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