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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대신 긴 우산, 약속 취소하고 귀가…태풍 전야에 긴장하는 시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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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8시30분 서울 마포 공덕오거리. 지하철 5호선 공덕역 5번 출구에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출근을 위해 발걸음을 바쁘게 옮기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손에는 긴 우산을 들고 있었다. 직장인 박모(44·여)씨는 “긴 우산은 손에 들면 땅에 끌려 평소에는 잘 안 들고 다니는데, 오늘은 태풍에 대비해 특별히 갖고 나왔다. 예전에 접이식 우산을 사용했다가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져 비를 쫄딱 맞았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제19호 태풍 '솔릭' 북상 소식에 서울시민들도 긴장하고 있다. 23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한 거리에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 속에 비옷을 입은 도민들이 위태롭게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제19호 태풍 '솔릭' 북상 소식에 서울시민들도 긴장하고 있다. 23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한 거리에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 속에 비옷을 입은 도민들이 위태롭게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오전 9시가 넘자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수는 줄었지만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빌딩 사이사이에 울창하게 서 있는 가로수 잎들도 바람에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과 머리카락도 바람에 심하게 흩날렸다. 긴 머리를 풀은 여성들은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여러 번 걷어내면 걸어야 했다. 폭풍이 서울로 북상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듯 가로수들의 흔들림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제19호 태풍 ‘솔릭’ 소식에 시민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승민(39)씨는 “밤늦게까지 베란다 유리에 테이프 X자로 붙이고 나와서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저녁에 대학 동기 모임 약속이 있었는데 취소했다. 10명 정도 만나는 모임이었는데, 대부분 취소되길 내심 바라는 눈치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기상청이 23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제19호 태풍 '솔릭' 위성사진. [연합뉴스]

기상청이 23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제19호 태풍 '솔릭' 위성사진. [연합뉴스]

솔릭은 오전 6시 기준 제주 서귀포 서쪽 90㎞ 부근 해상을 통과해 시속 16㎞ 속도로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 가장 가까이 오는 시점은 24일 오전 7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서울 5호선 양평역 인근에 있는 편의점은 평소 외부에 진열해 놓았던 할인 상품을 태풍에 대비해 모두 거둬들였다. 대신 무게가 나가는 생수를 진열대에 얹어 진열대를 고정해놓았다. 편의점 운영자 전모(45)씨는 “태풍에 위험할 수 있는 것들은 사전에 다 정리를 해놓고 대비를 하고 있다”며 “오후가 되면 바람이 더 세질 것 같아 간판 아래 설치한 천막도 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 들어선 22일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태풍을 대비해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이고 있다. [뉴스1]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 들어선 22일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태풍을 대비해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이고 있다. [뉴스1]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도 태풍 대비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종합방재센터는 태풍으로 인한 풍수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태풍에 대비해 지난 21~22일 시설물 사전 안전점검을 했다”며 “단지에 설치된 차수판(건물이나 시설물 지하의 물의 유입을 막는 판) 37개를 모두 점검하고 설치하는 훈련을 진행했고, 내부 배수로 청소와 배수펌프 동작 상태를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또 외부에서는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파라솔·벤치 등 낙하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과 태양광 패널을 와이어로 고정하는 작업도 마쳤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 총경 이상 경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던 성(性)감수성 교육이 이날 태풍으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태풍에 대비해 전국 지방경찰청에 재난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각 지방경찰서 서장들도 태풍 관련 지역 치안을 살피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며 “강한 바람으로 항공편도 대다수 결항돼 예정대로 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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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김다영‧오원석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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