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어린 학생들 외국으로 내보내는 우리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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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만 조기유학을 떠난 초.중.고 학생이 처음으로 7000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9명이다. 전국을 합치면 조기유학생은 최소 1만 명 이상일 것이다.

자녀를 국제화 시대의 인재로 키우려는 데 목적이 있겠지만 폐해도 적지 않다. 유학비로 인한 외화 유출이 2년 전에 7조원을 넘어섰고, 늘어나는 '기러기 가족'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조기유학을 하지 못하는 학부모.학생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커져 양극화 문제를 부추긴다. 그럼에도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를 유학 보내거나 이민 가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 원인이 외국어 조기교육 이외에도 우리 교육환경에 대한 불만에 있다고 한다면 과언인가. 획일적인 교육 평등주의에 젖어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외면하는 정부,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겠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번복하는 교육부총리, 이념 교육과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전교조, 내일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대입 정책…. 우수 인재 양성과 교육 자율성을 강조하는 선진국 흐름과는 거꾸로 가는 우리 교육이다. 아무리 사교육비를 쏟아부어도 교육환경은 갈수록 힘들어지니 차라리 조기유학을 보내려는 부모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심지어 '충동 조기유학'마저 성행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발전을 강조해 왔지만 그 결과는 거꾸로다. 이 정부가 들어선 2003년에 비해 지난해 서울의 조기유학생이 58%나 증가한 것도 그 한 예다. 노 대통령은 하루빨리 교육에 대한 발상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학부모.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많은 사람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리 교육과 미래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