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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첫 국방백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 삭제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방부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발간하는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0년 연평 포격전 뒤 들어간 문구 #‘군사적 위협’ 등 대체 표현 찾는 중 #군 정신교육 교재서도 삭제 검토 #일각 "적대 종식 아닌데…시기상조”

이 문구는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난 뒤 나온 ‘2010 국방백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국방백서 담당팀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초안을 만들고 있다”며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한 사항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국방백서는 2004년부터 2년 단위로 짝수해에 발간된다. 2018년 판은 올해 12월 간행된다. 2016 국방백서는 국방정책(34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 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며 “이 같은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국방부가 국방백서에서 ‘적’ 표현 삭제를 검토하는 이유는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책자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해 놓고 북한과 적대행위 해소 조치를 협의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국방백서에는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단서의 상황이 바뀐 점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사적 위협’ 등과 같이 ‘적’을 대신해 북한의 위협을 표현할 수 있는 문구를 찾고 있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 또는 주적으로 규정하느냐를 놓고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로 갈릴 때마다 국방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국방백서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판부터 ‘주적’ 표현이 들어갔다. 94년 3월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측의 박영수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진보 성향의 김대중 정부 때인 98년, 99년, 2000년에도 ‘주적’은 국방백서에 남았다. 그러나 2000년 6월 15일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인 그해 10월 사전배포된 국방백서 2000년판을 놓고 북한은 ‘주적’ 표현이 있는 걸 문제삼았다.

문성묵(예비역 육군 준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당시 북한은 ‘대화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한 남측과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며 “결국 그해 11월 평양에서 열기로 남북이 합의했던 제2차 국방장관 회담을 북한이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88년 이후 매년 출간하던 국방백서는 2004년까지 정간됐다.

진보 성향인 노무현 정부 때 복간된 2004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규정됐다. 2006년 국방백서에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됐다. 당시 국방백서 작업에 참가했던 당국자는 “국방 목표에 특정한 세력을 주요한 위협으로 단정하면 안보에 차질이 생긴다”며 “결국 정상적인 표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에선 첫 해인 2008년판에선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었는데,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은 다시 ‘적’으로 바뀌었다. 당시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이었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위협을 명확히 나타내자는 의견에 따라 ‘적’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국방백서에서 ‘적’을 삭제하는 것을 놓곤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문 센터장은 “적대행위 중단은 적대관계 종식과는 거리가 먼 만큼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군 정신 전력 교육 기본 교재를 개정판에서 "(북한은) 현존하는 위협의 실체이자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는 부분을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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