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터널 개통으로 울고 웃는 주변 관광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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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1일 강원도 인제군~속초시를 잇는 미시령 동서관통도로. 미시령터널(3.69㎞)을 벗어나자 오른쪽으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면으로는 영랑호와 파란 동해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미시령 동서관통도로(15.67㎞)가 3일 개통되면서 속초는 관광객이 늘어나 '터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30분 정도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넘어야 했지만 이제는 터널로 10여 분 만에 편안하게 이 구간을 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시령 휴게소와 인제 황태마을 등 기존도로 주변에는 관광객이 들르지 않아 울상을 짓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날 낮 속초시 대포동 주차장은 10여 대의 관광버스와 150여 대의 승용차가 제1주차장 한쪽을 메우고 있었다. 주차장 출구에서 방파제로 이어지는 횟집 골목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속초시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기간(5~7일) 동안 대포동 횟집촌을 찾은 관광객 차량은 8600여 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00여 대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대포동뿐 아니라 동에도 지난해보다 5000여 명이 많은 1만8000여 명이 찾았고 한화리조트.워터피아.척산온천 등에도 2000~3000여 명씩 관광객이 늘었다.

속초시번영회 최돈일(60) 회장은 "눈이 와도 길이 막히지 않아 사계절 관광이 가능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로 개통 열흘이 가까워 오면서 옛 도로 주변 지역은 불황을 걱정하고 있다. 1996년 문을 연 미시령휴게소는 피서철 성수기 하루 왕복 4만여 대, 비수기에도 3000여 대의 차량이 쉬어가는 관광 명소였다.

그러나 새 길이 개통되고 이곳을 찾는 차량은 하루 100대 미만에 그치고 있다. 10일에는 41대가 들렀다. 이 때문에 미시령주유소와 휴게소 내 스낵코너는 주말에만 영업한다. 사진.농산물 판매장 등 임대 매장은 철수해 전체 650평 건물 가운데 50여 평만 매장으로 쓰고 있다. 직원도 10여 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마을에도 새 길이 생기면서 관광객이 없기는 마찬가지. 황태덕장과 식당을 운영하는 이종구(45)씨는 "터널이 뚫리고 나서 차를 구경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순두부로 유명한 노학동 콩꽃마을도 어린이날 연휴기간 동안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60% 줄었다. 속초시는 이들 지역을 살리기 위해 새 도로에서 마을로 진입하는 교차로 주변에 대형 광고판을 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속초=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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