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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브라질 군대 체험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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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얼마 전 브라질에서 한국 촬영팀과 함께 브라질 군대 체험을 할 기회가 있었다. 브라질은 기본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이다. 모든 18세 남성들은 10~12개월간 군 복무를 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실제로 군대에서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들은 채 5%가 되지 않는다. 수요보다 군 입대 희망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입영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동 면제를 받아서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아마존에 있는 브라질 육군 정글훈련센터(CIGS)였다. 브라질 군인들뿐만 아니라 30개국에서 온 군인들도 이곳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제한된 식량과 식수만 가지고 1주일간 서바이벌을 펼치기도 하고 아마존강에서 수중훈련을 받기도 한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SELVA!(셀바)’라는 구호다. 원래 숲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서는 인사할 때도, 전화 받을 때도, 헤어질 때도 그리고 ‘네’ 대신에도 셀바라고 외친다. 세계의 가장 큰 열대 숲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매일매일 되새기는 것이다. 한국의 군부대에도 상징 동물이 있는 것처럼, 이곳도 아마존 대표적인 동물 중 하나인 ‘재규어’를 상징으로 삼고 있다.

비정상의 눈 8/22

비정상의 눈 8/22

나 역시 셀바를 외치고 재규어 군가를 부르며 훈련에 열심히 참여했다. 어떤 나무의 속을 파면 물을 구할 수 있고, 어떤 나무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불을 붙일 수 있고…. 교관의 말속에는 새롭고 신기한 가르침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바로 훈련생들과의 대화였다. 다들 열정과 모험심이 넘치는 군인들이었다. “나는 모험을 좋아해서 군인이 되었고, 브라질 군대 중에서 가장 모험적인 트레이닝이 바로 여기이기 때문에 지원했다”라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한 사관학교 4학년 학생은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이곳으로 왔다. 해외여행보다 더 값진 시간이 될 것 같다” 라고도 했다.

비록 짧은 군대 체험이었지만 그들이 얼마나 고된 훈련을 견뎌내는지, 얼마나 존경받을 만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한반도의 더위와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장병들과 아마존의 습한 열기를 견뎌내고 있는 정글훈련센터의 훈련생들 모두 몸 건강하기를 바란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