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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소득주도 성장 페이스가 너무 빨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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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해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용했지만, 고용이 악화하는 모습이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해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용했지만, 고용이 악화하는 모습이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뉴시스]

고용 참사에 정부가 경영계와 급하게 회동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KT빌딩 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일자리위원회 회의 참석해 강의 #정부·재계 핵심 6인은 긴급회동 #“겉도는 얘기만 하다 50분 만에 끝 #정부, 기업들 요구엔 묵묵부답”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창출을 위해 경영계의 건의와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협조를 구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은 시작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고용지표가 최악인 상황에서 경영계의 최저임금 재심의 요청을 거부한 주무부처 장관이 사실상 주관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고용현안에 대한 의견접근이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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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언론에 기념사진 촬영만 허용했다. 모두발언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회동이 끝난 뒤 경제계의 반응도 신통찮았다. 한 경제단체 배석자는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고, 몇 마디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깊이 있는 얘기는 없었고 겉도는 얘기만 하다 40~50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이날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분명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성택 회장은 “업종별 차등 적용과 같은 최저임금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거부하면서 “제도는 법률 개정 사항이므로 국회 논의 시 참고하겠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현행 최저임금법(제4조)에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책 마련도 요청했다. 김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연내에 안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또 “2020년부터 적용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탄력근로제는 실태조사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특별 연장근로제를 유연하게 운영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선 김 장관 대신 문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로 풀자”고 역제안을 했다.

간담회를 지켜본 경제단체 관계자는 “고용 현안을 얘기하려면 정부 쪽에서 산적한 문제에 대한 개선 방향이나 하다못해 경영계의 그동안 건의에 대한 검토 결과라도 가지고 왔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며 “맥이 빠진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모양새만 긴급회동이었다는 얘기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김 장관이 노동계만 만난다는 비판이 일자 구색을 갖추기 위해 간담회를 연 건 아닌지 의심됐다”고 말했다.

이러자 이목희 부위원장이 규제혁신을 언급하며 “고용창출에 기업인의 사기도 중요하다”며 경영계를 달랬다.

이에 앞서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낮 1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위 민간위원과 전문가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경제단체장도 참석했다. 이곳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시간가량 강의를 했다. 이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쟁은 함께 가야 한다”며 “그동안 소득주도 성장은 너무 페이스가 빨랐다. 앞으로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쟁의 진도를 빨리해서 페이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 경제단체 관계자는 “자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깜깜이 강의와 회동을 하는 대신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제주체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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