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 61개국 국가경쟁력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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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지난해에 비해 9단계 하락해 세계 38위로 밀려났다. 정부와 기업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중국은 1년 새 12단계나 뛰어올라 한국을 추월, 19위로 올라섰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이 10일 발표한 세계 국가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순위가 조사 대상 61개국 중 가장 많이 하락했다.

올해 순위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2004년과 2005년 순위는 각각 35, 29위였다.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 이상인 36개국만 놓고 따진 경쟁력 순위에선 바닥권인 30위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6단계 하락한 것이다.

정부 행정 효율성 등 4개 분야에 걸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일본과 대만은 각각 17, 18위를 차지했다.

◆ 한국 순위 왜 떨어졌나=조사 분야 4개 중 3개의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순위를 큰 폭으로 끌어내린 것은 정부 행정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다.

정부 행정 효율성은 47위(지난해 31위)까지 추락, 하위 20%에 드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기업 관련법, 공공재정 운용 등이 경쟁력을 크게 상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관련법 분야의 경쟁력 순위는 지난해에 비해 17단계 추락한 51위를 기록,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기업 경영 효율성도 15단계 떨어진 45위에 그쳤다. 기업 경영 형태(48위), 노동시장(43위) 등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두 부문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22, 17단계나 하락했다. 이에 비해 발전 인프라 분야는 지난해와 비슷한 24위를 차지했으며, 경제 운영 성과 분야는 2단계 오른 41위였다.

◆ 중국과 인도에 추월당해=신흥 공업국들의 약진이 두드려졌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순위가 크게 올랐다. 중국은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상승을 기록했다. 인도도 10단계나 순위를 높여 29위로 올라섰다.

아시아에서는 한국.대만.태국 등의 순위가 하락한 반면 말레이시아 등은 상승세를 탔다. 일본도 2002년(27위) 이후 꾸준히 순위가 올랐다.

1~4위 국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홍콩.싱가포르.아이슬란드 등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17년 연속 1위를 지켰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61위)에 머물렀다.

◆ 어떻게 해야 하나=IMD는 한국에 대해 공공재정 관리를 엄격히 하고 경제 상황 변화에 적절한 정책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로 정부에 대한 훈수다. 기업에 대해선 회계 및 감사의 투명성 향상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이 밖에 중소기업의 효율성 제고와 노사관계 안정도 해결해야 할 숙제에 포함됐다.

반면 한국의 낮은 실업률과 적극적인 해외 투자, 대규모 주식시장 등은 장점으로 꼽혔다. 대외 부채가 적고 첨단 제품의 수출이 많은 것도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 기업인들 인식이 나빠져=한국의 경쟁력이 크게 후퇴한 이유에 대해 산업연구원과 정부 관계자는 기업인 설문조사 결과가 나쁘게 나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 경쟁력 조사의 국내 대행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연구원의 김원규 산업경쟁력실장은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로 평가하는 정부 행정 효율 분야와 기업 경영 효율 분야가 크게 하락해 전체적인 경쟁력 순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평가항목 대부분이 통계수치로 측정되는 경제운용성과와 발전인프라 분야의 순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설문조사 시점인 2~3월이 론스타 사태, 황우석 교수 문제, 유가 상승과 환율 절상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때였는데 당시의 분위기가 설문조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조원동 경제정책국장도 "이번 조사 결과는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하드웨어 부분은 양호하지만 그에 대한 기업인들의 인식이 다소 나빠졌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수준이 절대적으로 낮아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앞으로 기업인들의 애로를 듣고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익재.고란 기자

◆ 국제경영개발원(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세계경제포럼이 운영하는 특수경영대학원. 1957년 설립됐으며 스위스 로잔에 있다. 매년 선진국을 포함한 60여 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조사해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 보고서는 각국이 발표한 경제통계와 지도층 인사들의 설문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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