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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 평가 달라져야 한다" 주부클럽연합회 세미나서 논의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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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41세인 김모부인은 현재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고려중이다. 남편이 해외취업을 나가있는 동안 모은 돈과 친정의 도움을 얻어 남편과 함께 쌀장사를 하면서 알뜰살뜰 모은 덕에 결혼초 단간전세방에서 시작한 살림이 20평짜리 아파트를 비롯, 7천만원 상당의 재산을 갖게됐다.
이혼을 결심한 그는 두아이를 맡는 조건으로 4천만원의 재산과 월20만원의 양육비를 요구했으나 남편은 『법대로 하라』면서 다른 여인과의 관계를 계속하고 있다. 집도, 점포도, 미 곡상사업자등록도 모두 남편 명의로 돼있는 현실에서 김부인은 과연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이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주최로 15일 오후2시 한국여성개발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주부가사노동-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세미나에서 발표된 사례다.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법률·세제등 각 측면에서 검토한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현재의 관련 법규로는 미비한 점이 많고 운영상에도 문제가 있으므로 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에 나선 임정빈교수(한양대·가정관리학)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통해 주부의 가사노동시간은 주당 47∼70시간에 달하며 가사노동의 수는 8천9백54종이나 된다고 밝혔다.
임교수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가사노동은 생산노동 ▲가사노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소극적 수입 ▲기회비용의 가치인정등 3가지를 꼽았다. 즉 가족들의 노동력 재생산을위해 식사준비를 하는 것은 「효용의 극대화」란 측면에서 생산노동이며, 아이들 간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이거나 옷을 수선집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고침으로써 지출을 줄이는 것은 달리 말해 「주부가 집에서 돈을 버는 것」이란 분석이다.
또 결혼전 직업을 가진 여성이 자녀양육과 가정경영을 위해 그만 두었다면 직업을 가졌을 때의 수입만큼 집안살림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부가 교통사고등으로 상해보상문제가 생겼을때, 상속문제가 발생했을때, 부부간의 재산소유권문제가 있을때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업적을 도외시한다는 것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도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이같은 제도적 모순은 사회 변화와 더불어 조정돼야한다고 결론지었다.
한기?변호사는 「법률적 측면에서 본 주부의 가사노동」을 통해 『교통사고에 있어 비취업 주부의 손해배상기준은 여성일용노동임금(3월현재 5천5백원)으로 55세까지를 노동연한으로 보고있다』고 소개. 그는 가사노동을 인정해 ▲손해배상액 및 노동연한을 상향 조정할 것 ▲남편 사망때 주부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 상속분의 합과 같게하여 비과세로 개선할 것 ▲이혼때 위자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설정등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변호사는 현행 민법 제830조 제12항(혼인생활중 취득한 재산중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은 부부의 공동재산추정)이 실무적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혼이나 남편의 사망때 주부의 분재청구권이 인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영준공인회계사는 「세제적 측면에서 본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평가」에서 『현실적으로 입증되는 소득원만 인정되고 가사노동분에 대한 기회소득은 무시되고 있어 주부가 재산을 취득할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며 상속때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과중하게 부담된다』고 밝히고 이를 기본적으로 공제하는 제도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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