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안 전 지사 사건의 1심 공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기소 됐다.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이수 명령과 신상 공개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남녀 사이의 일이고,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공판 뒤 안 전 지사는 법원 입구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 물음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법원 입구에서 안 전 지사를 기다리던 여성단체 회원들은 무죄 소식이 전해지자 '아~'소리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어이가 없다"며 "법원이 문제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가 법원에서 나오자 여성단체 회원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며 항의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완벽한 무죄다. 무고죄다"라고 반박했다. 지지자들과 여성단체 회원들 사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28분께 1심 선고 공판을 받으러 서부지법에 출석했다. 여느 때와 같은 감색 정장에 흰색 셔츠와 노타이 차림이었다.
안 전 지사가 법원에 도착하자 여성단체 회원들은 "안희정은 사과하라, 인정하라'를 외쳤다. 법원 입구에서는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힘내세요!"를 외쳤다.
출석 당시 안 전 지사는 '심경이 어떠한가', '무죄를 예상하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지금 드릴 말씀 없다"고 말하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공판이 열린 서부지법에는 이른 아침부터 재판을 방청하기 위한 시민들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법원 앞에는 방청권을 받기 위한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법원 측은 이날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했고, 번호표를 받지 못한 시민들은 재판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