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악관 전 국장, 켈리 실장에 “사임 압박 당했다” 녹음 공개

중앙일보

입력

미국 백악관에서 지난해 말 해고된 전직 국장급 인사인 오마로사 매니골트 뉴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니거(검둥이)’로 불러대는 등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폭로한 데 이어 존 켈리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임 압박을 당했다는 육성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황실로 데려가 협박” 주장 #백악관의 허술한 보안 지적도

특히 이 녹음이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된 백악관 상황실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것이라 허술한 보안 실태 역시 도마에 올랐다.

오마로사 매니골트 뉴먼 전 백악관 대외협력국장. [AP=연합뉴스]

오마로사 매니골트 뉴먼 전 백악관 대외협력국장.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CNN과 NBC 뉴스 등에 따르면 매니골트 뉴먼 전 백악관 대외협력국장은 이날 NBC 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켈리 실장이 백악관을 떠나도록 자신을 위협했다면서 20초 분량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는 켈리 실장이 “관용 차량을 유용한 건 심각한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자진 사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심각한 법적 문제들이 있고, 당신이 험한 꼴을 볼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대통령이 이 일을 아느냐’고 매니골트 뉴먼이 묻자 켈리 실장은 “협상이 불가능한 얘기”라며 “백악관 모든 직원은 대통령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한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매니골트 뉴먼은 “(켈리 실장이) '상황실로 데려가 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하겠다'면서 협박하기 시작했다. 공포심을 조장하고 압박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이 녹음을 갖고 있지 않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백악관에서 돌아다니는 거짓이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믿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기록했고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녹음파일이 공개된 이후 허술한 백악관 보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켈리 실장과의 대화가 녹음된 곳이 백악관 웨스트윙(West Wing)의 보안시설인 국가안보상황실인데, 이곳을 출입하는 사람은 휴대전화는 물론 모든 개인 전자장비를 휴대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CNN의 줄리엣 카이엠 안보 분석가는 “이 녹음은 특수통신정보시설(SCIF)로 알려진 이른바 백악관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곳에서 이뤄졌다”며 “엄격한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크 쇼트 백악관 입법 국장도 ABC방송에 출연해, “상황실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와 전자기기를 두고 들어가야 한다. 그의 녹음 행위는 아주 치욕적”이라고 말했다.

론나 맥다니엘 공화당위원회 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상황실에서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아주 부적절한 것일뿐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만약 그가 연방법을 어겼다면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방송이 나간 직후 낸 성명에서 “백악관 직원이 녹음 장비를 백악관 상황실에 몰래 가지고 들어갈 생각은 했다는 건 국가안보에 대한 노골적인 경시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뒤에 TV에 나와 이를 자랑한 건 불만을 품은 백악관 전직 직원의 모자란 인격뿐 아니라 성실성 결핍을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매니골트 뉴먼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했던 NBC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인연으로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해 백악관에서 일해왔고, 지난해 12월 켈리 실장에 의해 해임됐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