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아빠·효자아들…실종 소방대원 2명 모두 주검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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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조대원 2명 급류에 휩쓸려 실종. [사진 경기재난안전본부]

김포 구조대원 2명 급류에 휩쓸려 실종. [사진 경기재난안전본부]

한강 하류에서 실종 소방관으로 추정되는 시신 2구가 13일 모두 발견됐다. 사고 발생 이틀 만이다.

경기 김포소방서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5시17분쯤 일산대교에서 서울 방향 형제섬(암초) 인근 수상에서 전날 실종된 오 모(37) 소방장의 시신을 발견, 인양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2시쯤에는 김포시 고촌읍 김포대교 인근 수상에서 심 모(37) 소방교의 시신이 발견됐다.

빠른 물살로 2명 모두 구명조끼 탈착 돼

배명호 김포소방서장은 "두 소방대원 모두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당시 다급한 상황에서 라이프가드를 당기지 못해 구명조끼 역할을 못 했고, 물살이 거세 탈착(벗겨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착용한 구명조끼는 평소 구조작업 시 활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끼처럼 입고 있다가 비상 시에는 줄을 당겨 부풀리는 팽창식 구명조끼인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 탑승 시 승무원들이 비상착륙 시 이용하라고 설명하는 구명조끼와 같은 방식이다.

13일 오전 김포시 고촌읍 일대 한강 하류 인근에서 119 소방구조대원들이 전복된 구조보트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재 구조헬기 및 구조보트를 이용해 전날 수색 작업중 실종된 119 소방구조대원 2명을 찾고 있다. [뉴스1]

13일 오전 김포시 고촌읍 일대 한강 하류 인근에서 119 소방구조대원들이 전복된 구조보트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재 구조헬기 및 구조보트를 이용해 전날 수색 작업중 실종된 119 소방구조대원 2명을 찾고 있다. [뉴스1]

장례는 경기도지사장으로 치를 예정

실종된 소방대원들의 사망 원인은 모두 익사로 확인됐다. 이들의 영결식 등 장례절차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장례는 경기도지사장으로 김포시 마산동에 있는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치러진다. 영결식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오 소방장은 지난해 11월 김포소방서 발령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인 그는 경기도 양평 소방서에 근무하다 지난해 소방장으로 승진했다. 부모님이 계시는 인천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기 위해 승진과 동시에 김포 전입을 자원했다. 수난구조대 보직이 있으면서 인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김포였다. 양평소방서에서 함께 근무한 한 소방대원은 “양평에서 근무할 때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늘 아쉬워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안타까워했다.

한강 신곡수중부 인근 한강이 서해안 밀물로 역류하고 있다. 역류한 물은 여의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유속이 빨라 와류가 생기는 모습. 임명수 기자

한강 신곡수중부 인근 한강이 서해안 밀물로 역류하고 있다. 역류한 물은 여의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유속이 빨라 와류가 생기는 모습. 임명수 기자

심 소방교는 지난해 4월 쌍둥이 아들을 낳은 아버지였다. 3개월여 전에 돌잔치를 치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오 소방장과 함께 2012년 소방에 입문했다. 줄곧 김포소방서에서만 근무한 베테랑이다. 아마추어 복싱선수로 이름을 날릴 정도로 체력도 좋고, 성실했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끝내 시신 발견됐다는 소식에 김포소방서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김포소방서 한 직원은 “일말의 희망을 가졌었는데…누구보다 성실했던 분들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소방관이 수난구조용 보트가 전복된 사고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한 소방관이 수난구조용 보트가 전복된 사고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오 소방장과 심 소방교는 지난 12일 오후 1시30분쯤 ‘민간인 보트가 떠내려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가 김포대교 아래 신곡수중보 앞에서 와류에 휩쓸리면서 실종됐다.
김포=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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