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전청와대 민정비서실|의원·고위공직자 사법처리 주목|들끓는 여론에 진퇴양란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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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의 서울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 이권수사는 그 과정에 당시 청와대비서관들이 직접 개입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그동안의 검찰수사과정에서 단편적으로 이같은 사실이 나타나 추측은 가능했으나 서울시장을 지낸 고위공직자 입을 통해 청와대비서관들의 비리가 밝혀진 것은 처음있는 일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김성배전지장에게 사람을 보내 『김시장이 알아서 상납한 것으로 하는게 좋겠다』는 뜻을 전하고 청와대관련부분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도 밝혀져 더욱 흥미거리다.
더구나 당시 민정비서관실의 주역인 이학봉수석비서관(50·현민정국회의원), 손진곤비서관(47·현서울가정법원수석부장판사), 김영진비서관(48·현내무부차관)이 현재 입법·사법·행정부에서 차관 또는 차관급으로 주요 공직을 갖고 있어 이들의 거취와 함께 검찰의 수사방향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말까지 전기환씨의 구속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으로 있던 검찰은 현직고위 공직자인 이들의 등장으로 매우 난감한 표정.
검찰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이들을 형사처벌할 마당한 법규를 찾지못하고 있는데다 여론때문에 그냥 묵살할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어려운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5共비리수사는 聖域이 없다」 는 뜻에서 일단 이들을 소환, 조사한뒤 걸과를 놓고 처리방향을 결정할 방침으로 있어 조만간 청와대민정비서실이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비서판 3명=당시 전두환대통령내외의 친인척 관리를 맡고있던 민정비서판실에는 이학봉수석밑에 손진곤(민정·친-인척관리)·김영진(민원)·최재호(정보·사망)비서관이 있었다.
이수석은 육사18기의 5공조기 개혁주도세력중에서도 가장 핵심인물로 전전대통령의 오른팔로 유명했다. 민정수석비서관을 5년5개월이나 지내면서 이·장부부 어음사기사건등으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소위 「3허」가 모두 물러났는데도 이씨만은 건재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보안사 「대공」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대령진급 8개월여만에 별을달았고 장군승진 5일만에 전역, 청와대근무를 시작했다.
함께 장군으로 진급하고 함께 전역한 육사1년선배인 허삼수(52)·허화평(51)씨와 함께 청와대비서실에 근무하며 5공을 탄생시킨 1등공신이다.
특히 80년 부정축재자 재산환수 작업을 주도했으며 13대 총선에 민정당공천으로 고향 김해에서 당선됐으며 이때 그의 재산이 너무 많다고 야당측의 공격을 받기도 했었다.
손진곤비서관은 서울고법판사란 현직 법관신분을 갖고 80년부터 86년까지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친-인척관리를 맡았다. 경북중→경기도출신으로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당시 사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구설수에 올랐으며 금년7월의 법관서명파동의 한요인이 되기도 했다.
청와대근무기간중 지법부장·고법부장으로 승진했고 86년 동기생(사시1회) 중선두주자로 요직인 서울형사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맡으며 사법부로 되돌아와 주위법관들의 눈총을 받기도했다.
이일규대법원장 취임후 최근 인사에서 서울가정법원수석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겨 비교적 조용히 지내왔다.
김영진비서판은 고시행정과(13회)출신의 정통 엘리트 내무관료.
강원부지사로 있던 82년 민정비서관이 된후 83년 내무부 기획관리실장으로 되돌아와 비교적 청와대근무기간은 짧은편.
85년 강원지사로 있다 금년 5월부터 내무부차관으로 근무중이다.
김성배전시장은 검찰에서 김내무차관 관련부분은 비교적 가볍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대해 김차관은 『당시 손비서관과 함께 김시장을 만난 적은 있으나 수산시장관련으로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김전시장의 진술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처벌법규>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는 이들이 형법 제123조 「타인의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될수도 있지만 이 조항은 공소시효(5년)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이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고있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이하의 깅역과 10년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되어있다.
또 이들이 서울시장등 관계공무원들에게 구체적 내용을 지시한 것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공갈죄(공소시효 7년)의 적용도 어렵다는게 재야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밖에 당시 상황으로 보아 비서관들이 전기환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일을 처리했다고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
다만 검찰은 이들의 개입사실이 확인된 이상 일단 소환조사한후 처리내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기환씨를 비롯한 조관행 당시 서울지방 국세청장·강병수 당시 서울시 산업경제국장·서정희총경(당시 민정비서실 파견근무)은 횡렴·공갈죄등으로 형사처벌이 어렵지않아 구속이 가능하다고 검찰은 자신하고 있다.
또 김성배전시장도 당시 부하인 국·과장과 국세청관계자들에게 공갈죄가 적용된다면 공갈공범으로 볼수도 있기는 하지만 공소유지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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