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은 후끈…한국은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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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추석 연휴 이후 증시 움직임이 헷갈리고 있다.

미국 증시가 오르면 거의 예외없이 국내 증시도 올랐지만 최근 들어 이런 동조화 현상이 약해지고 있다. 올 들어 줄곧 매도에 치중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3일간 순매수로 돌아섰다.

증권 전문가들조차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가 왜 약해졌는지▶개인투자자들이 정말 매수에 나서기 시작한 것인지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만 주춤=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6일(현지시간) 1%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데 힘입어 나스닥지수가 2.5% 급등했다.

이어 17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한때 11,000엔대를 돌파하면서 전날보다 1% 가까이 오른 10,990엔으로 마감했다. 대만의 가권지수도 0.8% 오른 5,747.14를 기록했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는 0.3% 오른 766선에 머물렀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저금리 유지라는 호재가 이날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통상 미국이 저금리를 유지하면 미 경기회복 기대→뉴욕 증시 상승→뮤추얼펀드로 자금 유입→세계 증시 상승이라는 선순환이 나타난다.

국내 증시가 유독 약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계속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관들은 1천2백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파는 등 이달에만 1조원 가량을 처분했다.

동원투신운용 이영석 주식운용팀장은 "펀드 고객들이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데다 최근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익 실현을 위해 자금을 회수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증시로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주식을 살 여력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돌아오나=외국인들의 매수만으로는 주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어 개인들이 언제쯤 본격적인 매수에 나설지가 증시의 최대 관심사다. 지난 5월 말 이후 외국인들이 8조7천억원어치를 사는 동안 개인들은 5조원어치 가까이 팔았다.

그러던 개인들이 최근 3일 연속 1천3백억원어치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7월 초 이후 연속 순매수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 때문에 개인들의 매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관과 마찬가지로 개인 역시 쉽게 매수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 또한 만만치 않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개인들이 주식을 살 여력을 가늠하는 실질 고객예탁금(매매로 인한 증감분을 빼고 실제로 증시에 유출입된 자금)은 이달 들어 6천억원가량 줄었다"며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개인들은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낄 만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매수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본격 매수는 4분기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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